삼성전자와 애플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업체가 대용량 낸드플래시를 탑재한 고가 모델 판매를 확대하는 전략으로 스마트폰사업에서 수익성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모바일 낸드플래시 기술력을 앞세워 고가의 대용량 메모리를 공급하면서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 애플 아이폰XS(왼쪽)와 삼성전자 갤럭시노트9. |
28일 블룸버그가 인용한 시장 조사기관 IHS 분석자료에 따르면 애플이 대용량 내장메모리를 탑재한 아이폰에서 높은 수익성을 올릴 것으로 추정된다.
애플이 최근 출시한 아이폰XS와 아이폰XS맥스는 64기가와 256기가, 512기가 모델로 판매된다.
지난해부터 판매된 아이폰X은 64기가와 256기가 모델만 판매됐는데 아이폰XS 시리즈는 512기가의 대용량 모델이 추가되면서 가격이 최대 1449달러로 대폭 올랐다.
IHS는 "디스플레이 등 다른 부품이 달라지면 스마트폰 디자인이 달라져야 하지만 내장메모리 용량을 높이는 것은 제조사가 가장 손쉽게 판매가격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아이폰XS 64기가와 512기가 모델의 가격 차이가 미국 기준으로 350달러에 이르지만 낸드플래시 메모리반도체의 원가 차이는 107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했다.
애플이 대용량 아이폰의 판매 비중을 늘릴수록 훨씬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구조다.
삼성전자와 중국 화웨이 등 다른 프리미엄 스마트폰업체들도 대용량 메모리를 탑재한 모델을 추가로 내놓고 고가에 판매하는 비슷한 전략을 쓰고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9 128기가 모델은 미국 기준 999달러, 512기가는 1249달러에 판매된다. 화웨이는 상반기에 프리미엄 스마트폰 '메이트RS'를 512기가의 대용량으로 출시했다.
스마트폰업체들은 부품 원가가 전반적으로 상승해 가격 인상을 피하기 어려워지자 기본 모델의 가격은 가능한 이전작과 비슷하게 유지하고 별도의 대용량 모델을 고가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고성능 게임과 고화질 동영상 등 대용량 콘텐츠 보급이 확대되고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이 발전해 사진 평균 용량이 늘어난 점도 대용량 메모리를 탑재한 모델이 인기를 끄는 이유로 꼽힌다.
블룸버그는 "대용량 스마트폰을 구매한 소비자는 고가의 콘텐츠를 계속 구매할 가능성도 높다"며 "애플이 새 아이폰을 출시할 때마다 내장메모리 용량을 계속 늘리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바일 낸드플래시분야에서 선두기업으로 꼽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스마트폰업체들의 대용량 모델 출시 증가에 힘입어 고가 반도체 공급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박성욱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 |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부터 업계 최초로 64단 3D낸드 기반의 eUFS규격 512기가 모바일 낸드플래시 양산을 시작했다. 갤럭시노트9와 아이폰XS 시리즈에 탑재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SK하이닉스도 72단 3D낸드 기반의 256기가 모바일 낸드플래시를 고객사에 공급하고 있는데 모바일용 반도체 매출 비중이 높은 만큼 고용량 스마트폰의 시장 확대로 수혜가 예상된다.
마이크론과 도시바메모리, 웨스턴디지털 등 주요 메모리반도체 경쟁사는 대부분 모바일보다 PC와 서버용 SSD에 낸드플래시 실적을 의존하고 있다.
고용량 모바일 메모리는 수익성이 높고 반도체기업들의 공급량이 상대적으로 적어 업황 변화의 영향을 덜 받는다는 장점도 있다.
김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스마트폰시장에서 고용량 낸드플래시로 출하량 증가를 추진해 낸드플래시 이익을 방어하는 전략을 쓸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