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그룹 회장이 신규 채용을 확대하며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정책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황 회장은 과거 인력 감축을 통해 KT 실적을 개선했는데 이번에는 일자리를 만들면서 실적 개선을 이끌어야 하는 과제를 무겁게 안고 있다.
2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황 회장은 향후 5년 동안 대졸직 6천 명을 포함해 콜센터 등에서 모두 3만6천 명의 정규직을 채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대졸직만 보면 1년에 1200명을 뽑는 것으로 2016년과 2017년 각각 406명, 500명을 뽑았던 것과 비교하면 2~3배 채용 규모를 늘리는 것이다.
KT의 채용 확대는 정부의 일자리 창출정책에 발맞추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황 회장은 지난해 7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일자리 15대 기업 초청 정책간담회’에서 “청년 실업률 해소와 양질의 근로환경 조성은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하고 균형적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며 “정부의 일자리정책에 적극 공감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KT를 둘러싼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고용 확대정책이 KT의 재정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KT는 최근 통신비 인하 등의 영향으로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8%나 줄었는데 3분기에도 개선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현용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KT는 당분간 통신비 규제의 영향으로 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KT는 현재 인건비 지출로 상당한 부담을 안고 있다.
KT의 직원 수는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2만3652명이다. 경쟁사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직원인 각각 4834명, 8750명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많다. KT의 2017년 급여 총액도 1조7993억 원으로 이통3사 가운데 가장 많았다.
황 회장은 과거에 인건비를 절감 초점을 맞추기도 했다.
2014년 취임 직후 구조조정을 실시해 그 해에만 8304명을 감원했다. KT가 경쟁사보다 직원이 지나치게 많아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이유를 들었다.
구조조정으로 KT의 인건비 총액은 2013년 3조2900억 원에서 2016년 2조227억 원까지 떨어졌고 KT의 수익성도 개선됐다.
하지만 이제는 고용 확대를 약속한 만큼 인건비를 절감하는 방식으로 수익성을 개선할 수 없게 됐다.
따라서 KT의 새로운 사업에서 수익을 내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안을 찾는 일이 더욱 절실해졌다. 황 회장은 2019년 상용화될 5G와 미디어, 스마트에너지, 금융 거래, 재난·안전·보안, 기업·공공가치 향상 등 5대 플랫폼에서 KT의 미래를 찾고 있다.
KT 관계자는 “KT는 과거 대규모 구조조정 이후 꾸준히 직원 수를 늘리고 비정규직 비중을 줄이는 등 고용환경을 개선하는 데 앞장섰다”며 “앞으로 5G 등 미래사업에 5년 동안 23조 원을 투자해 간접 고용을 포함한 일자리를 14만 개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황 회장은 ‘반도체 집적도는 1년에 2배씩 늘어난다’는 이른바 ‘황의 법칙’을 만들며 ‘삼성의 반도체 신화’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삼성전자에서 이런 경영 성과를 인정받아 KT 회장이 됐다.
황 회장이 그동안 KT의 체질 개선에 힘썼다면 이제는 ‘KT의 5G 신화’를 만들어야 할 때가 오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