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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1월 열린 ‘2014 서울걷자페스티벌’에서 자전거 라이딩 부문 참가자들이 출발선을 통과하고 있다. |
의류업계가 자전거를 주목하고 있다.
의류업계는 불황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점점 커지는 자전거시장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 한다.
국내 자전거시장은 현재 6천억 원 수준으로 지난 5년 새 3배 이상 성장했다.
반면 아웃도어 의류시장은 포화상태에 도달했다.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골프와 스키복, 내의 시장 등에 진출하고 있지만 성장의 한계가 뚜렷해 보인다. 빈폴, 라코스테, 타미힐피거와 같은 정통 캐주얼 브랜드는 SPA 브랜드의 저가 공세에 맥을 못추고 있다.
이에 따라 아웃도어 브랜드는 자전거회사를 인수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려고 하거나 자전거회사와 협업을 통해 전문화된 자전거의류를 제작해 활로를 찾으려고 한다.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은 해외 자전거회사를 인수했고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은 국내 자전거회사인 알톤스포츠와 손잡았다.
◆ 노스페이스와 빈폴, 유니클로에게 밀려
노스페이스와 빈폴은 지난해 매출에서 일본의 SPA 브랜드 유니클로에게 추월당했다.
유니클로는 2014년 두 브랜드를 제치고 국내 의류업계에서 매출 1위에 올랐다. 2004년 한국에 진출한 지 10년 만이다.
유니클로 한국법인인 FRL코리아는 지난 회계연도(2013년 9월~2014년 8월)에 매출 8954억 원, 영업이익 1077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1년 전 6937억 원에서 29%, 영업이익은 768억 원에서 40.2% 증가했다.
유니클로는 국내에서 연매출 8천억 원을 돌파해 신기록을 세웠다. 영원아웃도어의 노스페이스는 2013년에 매출 7168억 원을 기록했는데 유니클로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영원아웃도어는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이 2% 증가에 그쳤다. 제일모직 빈폴 역시 2013년 매출이 6700억 원이었으나 지난해 매출은 6% 정도 증가하는데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결과는 국내 의류 브랜드의 옷값 거품이 심하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에 영향을 받았다. 유니클로는 소비자들로부터 “가격 대비 품질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니클로는 캐주얼, 여성복, 남성복, 아동복 등 상품군을 막론하고 국내 기존 브랜드의 영역을 빠른 속도로 잠식하고 있다.
유니클로의 비결은 유행을 좇지 않는 단순한 디자인과 가격 대비 훌륭한 기능성이다. 또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아이템 생산에 주력한다. 발열내의 ‘히트텍’은 2008년 출시 이후 국내에서만 2천만 장 넘게 팔렸다.
유니클로 돌풍 이후 국내 의류업체들도 SPA사업에 뛰어들고 있지만 아직 역부족이다. 2013년 이랜드의 스파오는 매출 1405억 원을 거뒀고, 제일모직의 에잇세컨즈는 1300억 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스파오와 에잇세컨즈는 지난해에도 매출 2천억 원을 넘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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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 |
◆ 영원무역, 자전거업체 인수에 나서
노스페이스 제품을 주문제작하는 영원무역은 올해 1월 스위스 자전거업체 '스캇코퍼레이션'의 경영권을 확보했다.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은 노스페이스의 매출이 주춤하자 신사업 개척에 나섰다.
영원무역은 1974년 설립된 아웃도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업체다. 영원무역이 생산하는 주요 브랜드로 노스페이스, 골드윈, 에이글 등이 있다.
영원무역은 방글라데시를 비롯해 중국, 베트남, 엘살바도르에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영원무역 매출의 대부분은 노스페이스 주문생산에서 나온다.
영원무역은 스캇코퍼레이션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번에 지분 50.1%를 추가로 확보해 경영권을 인수했다.
영원무역은 "OEM의류 업체로서 성장하는데 한계를 느껴 사업 다각화를 위해 스캇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국내 아웃도어시장은 성장기를 지나 정체양상을 보이고 있다. 영원무역 자회사인 영원아웃도어의 경우 2010년부터 매출증가율이 낮아지기 시작했다. 2010년 26.8%였던 영업이익률이 2013년 10.94%까지 줄었다.
영업이익률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치열하게 공세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영원무역의 주력사업인 노스페이스가 이전만큼 브랜드파워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반면 코오롱스포츠, K2코리아, 블랙야크 등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눈에 띄게 성장했다. 시장은 커지지 않는데 경쟁사는 너무 많아졌다.
영원무역은 자전거업체 스캇의 경영권을 확보해 자전거사업에 진출하려고 한다. 영원무역은 또 스캇이 하고 있는 자전거 아웃도어시장도 더욱 확대하기로 했다.
스캇은 1958년 스위스 프리버그에 설립된 자전거 회사다. 스캇은 자전거 전문가들도 인정하는 진보적 기술을 갖춘 세계적 회사로 업계 최초로 27.5인치 휠 타이어를 개발했다. 현재 27.5인치 휠 타이어는 세계 표준이 되어 가고 있을 정도로 업계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영원무역이 스캇과 같은 글로벌 브랜드 지분을 매입할 수 있었던 배경에 장기간 이어져 온 파트너십이 자리하고 있다. 영원무역과 스캇의 파트너십은 미국과 유럽시장에 영원무역이 스캇 스키웨어를 공급하면서 시작됐다.
영원무역은 2011년 스캇과 합작을 통해 스캇코리아를 설립하고 자전거 관련 상품을 국내에 수입 유통하기 시작했다. 스캇코리아는 2012년 '스캇노스아시아'로 상호를 바꾸고 한국시장에서 아시아시장까지 범위를 확대했다. 스캇노스아시아는 '스캇재팬'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영원무역 관계자는 “의류시장 성수기가 겨울인데 반해 자전거시장은 정반대”라며 “의류 OEM업체에서 탈피해 자전거시장으로 영역을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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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 |
◆ 제일모직 빈폴, 알톤스포츠와 손잡아
제일모직 빈폴은 올해 매출 7845억 원을 목표로 잡았다. 2013년 매출 1위 노스페이스(7168억 원)가 거둔 매출을 넘어서는 목표를 세운 것이다.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는 ‘빈폴맨즈’를 비롯해 ‘빈폴레이디스’, ‘빈폴골프’, ‘빈폴키즈’, ‘빈폴아웃도어’, ‘바이크리페어샵’까지 모두 7개 브랜드를 합해 지난해보다 23.5% 성장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제일모직 패션사업을 이끌고 있는 이서현 사장은 특히 ‘빈폴아웃도어’와 ‘바이크리페어샵’ 브랜드의 매출 증대에 힘을 쏟으려 한다.
빈폴 아웃도어는 올해 50% 신장한 매출 2100억 원(158점포)을 목표로 잡았다. 빈폴 아웃도어의 메인 모델인 김수현이 중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어 올해 중국 유통점포를 100여 개로 늘리려고 한다.
바이크리페어샵은 지난해보다 26% 신장한 매출 620억 원(72점포)을 목표로 세웠다. 빈볼의 캐주얼 브랜드 바이크리페어샵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근 자전거업체 알톤스포츠와 손잡았다.
빈폴 바이크리페어샵은 지난 1월29일 자전거업체 알톤스포츠와 협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국내에서 의류업체가 자전거 업체와 협업하는 것은 제일모직이 처음이다. 외국에서 영국 패션 브랜드 폴 스미스가 자전거용품 업체인 라파와 협업해 라이딩 모자, 레인재킷 등 협업상품을 출시한 적이 있다.
바이크리페어샵은 빈폴이 서브 브랜드인 ‘빈폴진’의 이름을 바꾸면서 2012년 론칭했다. 당시 제일모직은 브랜드 이름에 대해 “‘자전거 수리점’이라는 단순한 사전적 의미를 벗어나 ‘바이크’는 젊음, ‘리페어’는 재구성, ‘숍’은 프로젝트라는 새로운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크리페어샵은 브랜드 로고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높이고 점점 늘어나는 자전거시장의 소비자들을 끌어오기 위해 알톤스포츠에게 협업을 요청했다.
알톤스포츠는 자전거를 제일모직의 바이크리페어샵 전국 매장 66곳(단독점 10개 포함)에서 판매한다. 바이크리페어샵은 의류를 알톤스포츠 자전거 매장에서 판다.
올해 하반기 바이크리페어샵은 ‘뉴필드’ 라인을 만들어 자전거 전용 의류와 각종 액세서리를 선보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바이크리페어샵은 알톤스포츠와 제휴를 통해 이종업종간 시너지를 노리며 판매증대를 기대하고 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국내 패션업계의 신사업은 전혀 다른 이종 브랜드의 인수나 협업 등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자전거 기능성 의류 개발이 이런 신사업 진출의 1차 과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