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보험산업 개혁의지가 단단하다.
윤 원장은 잡음 없는 보험혁신을 위해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개혁을 향한 발걸음에는 흐트러짐이 없어 보인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보험산업 감독혁신 테스크포스(TF)를 출범해 보험산업 혁신안을 마련하며 보험업계에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보험산업 감독혁신 테스크포스는 보험 상품의 개발부터 보험약관심사, 보험금 지급심사 등 보험 산업의 모든 과정을 검토하게 된다고 금감원은 밝혔다. 12월에 보험산업 혁신안을 내놓는 것이 목표다.
보험산업 혁신안은 보험 약관을 중점적으로 다룰 가능성이 크다. 보험 약관은 보험 상품의 내용을 실질적으로 규정한 계약 내용이다. 즉시연금, 암보험 등 최근 금감원과 보험회사 사이에 벌어진 갈등의 핵심요인이기도 하다.
윤 원장도 20일 열린 보험산업 감독혁신 테스크포스 첫 회의에서 보험약관을 특별히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보험산업 감독혁신 테스크포스가 보험산업 전반의 문제점을 면밀히 파악해 근복적 해결책을 제시해 주길 바란다”며 “보험약관이 이해하기 어렵고 약관내용 자체가 불명확해 민원과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보험산업 혁신안 마련을 추진하면서 중립성에도 신경을 썼다.
보험산업 감독혁신 테스크포스의 위원 8명은 모두 외부 전문가로 구성됐다. 김헌수 순천향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성주호 경희대 교수, 김범 숭실대 교수, 안철경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은경 외대 교수, 양기진 전북대 교수, 성영애 인천대 교수, 나현철 중앙일보 논설위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윤 원장은 “감독당국과 보험업계의 시각이 아닌 중립적이고 객관적 입장에서 의견을 적극 개진해 주길 바란다”며 “타성에 젖어 당연시 했던 관행을 벗어나 제3자적 입장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 해법을 제시받기 위해 이번 테스크포스를 외부위원 중심으로 구성했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산업 혁신안은 외부위원들이 마련할 것”이라며 “금감원은 테스크포스의 운영을 위한 지원 업무만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원장의 보험혁신 행보는 객관성을 담보로 다툼의 모습은 최소로 줄이면서 보험혁신을 이뤄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금감원과 삼성생명, 한화생명 등이 즉시연금을 놓고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면 소비자 보호를 위한 보험혁신이라는 본질이 흐려질 수도 있다는 판단도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 원장은 7일 보험사 CEO들을 만난 자리에서 즉시연금, 암보험 등 금감원과 보험회사 사이에 민감한 사안을 언급하지 않았다.
20일 보험산업 개혁혁신 테스크포스 회의에서 보험업계를 강도 높게 비판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는 “불완전판매 및 보험금 미지급 등 잘못된 관행으로 보험산업은 높은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최근 발생한 즉시연금 및 암입원보험금 집단민원 제기는 우리 보험산업의 현실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비판했다.
금감원은 4일 발표한 종합검사 대상에서 삼성생명, 한화생명 등 금감원과 직접 갈등상황에 있는 보험회사들을 제외했다.
업계에서는 윤 원장이 종합검사 제도를 폐지 2년 만에 부활시킨 것인 만큼 조사 대상에 삼성생명, 한화생명이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었지만 결국에는 보복검사 논란을 피하기 위해 최종적으로 두 회사가 제외된 것으로 바라본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