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기업 마이크론이 세계 PC시장 위축과 미중 무역 분쟁을 이유로 메모리반도체의 업황 변화에 부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메모리반도체에 의존도 높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에도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박성욱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
블룸버그는 21일 "반도체 호황기가 마감될 것이라는 업계의 우려에 마이크론이 불씨를 당겼다"고 보도했다.
마이크론이 발표한 자체 회계연도 3분기(6~8월) 매출과 영업이익은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2년 가까이 이어진 메모리반도체 호황의 수혜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마이크론은 블룸버그가 종합한 증권가 예상보다 눈에 띄게 낮은 수준의 자체 회계연도 4분기의 실적 추정치를 내놓았다.
마이크론 주가는 20일 미국증시에서 장 마감 뒤 7% 이상 떨어진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마이크론은 PC용 프로세서의 공급 부족으로 PC시장이 침체되면서 메모리반도체 수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인텔이 최근 PC 프로세서의 생산 공정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술적 문제로 생산에 차질을 겪어 글로벌 PC 제조사에 공급되는 프로세서 물량이 부족해지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중국과 무역 분쟁에 대응해 최근 2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 관세 부과를 결정한 점도 반도체업황에 전반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다.
마이크론은 "중국산 제품의 관세 부과 영향을 극복하려면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반도체 실적에 단기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PC와 서버 등 반도체를 탑재한 제품의 주요 제조업체들은 무역 분쟁의 불확실성이 걷힐 때까지 제품 생산과 수출을 소극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마이크론과 반도체업황 변화의 영향을 대부분 비슷하게 받는다. 메모리반도체시장에서 한국업체들의 점유율이 더 높아 업황 변수에 영향을 받는 폭이 대체로 더 크다.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반도체 제품.
내년까지 메모리반도체업황에 PC시장 침체와 무역 분쟁 등 부정적 변수가 커질 것이라는 마이크론의 전망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마이크론이 제시한 위험요인들이 내년 중반까지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을 이끌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근 단기 수요 침체에 대응할 전략 변화에 나서고 있다"고 바라봤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마이크론이 반도체업황에 부정적 전망을 내놓은 것은 충분한 의미가 있다"며 "반도체기업들의 실적이 4분기부터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외 증권사들은 이미 메모리반도체업황이 공급 과잉과 수요 감소로 뚜렷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업황 악화가 더 가파르게 진행될 공산이 커진 셈이다.
하지만 도현우 NH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기업이 인텔 프로세서 공급 부족으로 받는 악영향은 올해 안에 해결될 것"이라며 "미국과 중국 무역 분쟁에 따른 영향도 대부분 국내 반도체기업이 아닌 마이크론에만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