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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필은 미샤를 어떻게 업계 3위로 키웠을까

김희정 기자 mercuryse@businesspost.co.kr 2014-03-25 16:5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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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영필은 미샤를 어떻게 업계 3위로 키웠을까  
▲ 서영필 에이블씨엔씨 회장

화장품업계에서 대기업의 틈바구니 속에서 ‘미샤’라는 브랜드로 살아남은 서영필 회장의 생존비결이 화제다. 서 회장은 지난 2000년 화장품 브랜드 ‘미샤’로 브랜드숍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업계의 판도를 바꿨다. 그 후 14년 동안 대기업의 공세 속에서도 회사를 전체 화장품 업계 3위로 키워냈다. 서 회장은 어떤 전략으로 살아남았을까.

지난해 화장품 브랜드숍의 매출 순위 1위는 더페이스샵(5230억 원)이 차지했다. 이어 2위는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4424억 원), 3위는 에뛰드하우스(3372억 원), 4위는 이니스프리(3328억 원)였다.

더페이스샵은 LG생활건강 소속이고 에뛰드하우스와 이니스프리는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다. 에이블씨엔씨가 대기업 틈에서 선전하고 있는 것이다. 에이블씨엔씨가 화장품 브랜드숍 시장을 개척한 회사다. 하지만 브랜드숍 경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는 현실에서 대기업들과 상대하기는 쉽지 않다.

서영필(51) 회장은 성균관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엘트리 화장품 대표이사를 지냈다. 서 회장은 2000년 화장품이 비싼 이유는 유통비와 마케팅, 제품용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3300원'의 화장품 브랜드 미샤를 만들어냈다. 처음에 온라인에서만 판매하던 제품이 입소문을 타자 2002년 1호점을 냈다. 첫해 매출은 33억 원이었다.

◆ '미투'(Me too) 전략

미샤는 2003년 등장한 더페이스샵에게 밀려 2005년 처음으로 업계 1위를 빼앗겼다. 이후 줄곧 2위 자리를 지키다 2011년에야 1위를 탈환했다. 7년만의 1위였다.

당시 1위 탈환의 비결은 '미투'(Me too) 전략이었다. 고가의 수입 화장품 브랜드 SK-II와 에스티로더의 인기 제품을 모방해 제품을 만들었다. 제품명과 용기, 성분을 비슷하게 만들고 가격은 25~33% 수준에서 정했다. 게다가 미샤는 SK-II 제품의 공병을 자사 제품으로 교환해주는 마케팅도 펼쳤다. 이 미투 제품들이 인기를 끌며 매출 상승을 이끌었다.

◆ 비교 광고

서 회장은 미투 제품을 만드는데서 끝나지 않고 적극적으로 비교 광고를 냈다. 타사 제품과 미샤의 제품을 나란히 놓고 "비교 품평을 제안합니다!"라는 문구를 넣었다. 심지어 타사 제품과 제품명을 모자이크 하지도 않았다. 그동안 화장품 업계에서는 타사 화장품을 흉내 낸 제품을 만들더라도 쉬쉬하는 게 관행이었는데, 그것을 완전히 깬 것이다. 오히려 드러내놓고 카피 제품임을 밝힌 광고가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에 대해 SK-II 판매사인 한국P&G는 미샤의 광고가 자사의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다. 이로 인해 미샤의 카피제품은 더 유명해졌다. 이 소송은 항소심 끝에 지난해 미샤가 승소했다.

서 회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해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해외에서 비교 마케팅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며 ”업계의 질서는 기존 업체들이 만든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자꾸 시장의 판을 뒤집어야 새로운 주자가 진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할인 이벤트

서 회장이 화장품 업계의 관행을 깬 것은 비교 광고만이 아니다. 2007년 업계 최초로 브랜드 데이를 지정해 한 달에 한번씩 20-30%의 정기세일을 진행했다. 또 여름과 겨울 일 년에 두 번은 최대 50%를 할인했다.

할인에 소극적이었던 기존 화장품 업계는 어쩔 수 없이 동참했다. 지금은 대부분의 화장품 브랜드숍이 적극적으로 세일 경쟁을 벌이고 있는 양상으로 변했다. 서 회장의 결정이 시장의 판도를 바꾼 것이다.

경쟁사 더페이스샵 역시 2011년에 매출 1위를 미샤에게 뺏긴 것을 의식해서인지 2012년부터 세일 경쟁에 가담하고 있다. 그 이전까지 더페이스샵은 ‘노세일’ 원칙을 고수했다.

◆ 브랜드 고급화


25일 현재 미샤의 스킨케어 제품 총 107개 중 3만 원 이상인 제품은 30개다. 반면 만 원 이하 제품은 5개다. 물가 상승을 고려하더라도 3300원 제품은 과거의 일이 됐다. 화장품 용기 역시 초기에 서 회장이 비판했던 화려한 모습을 하고 있다. 업계에서 미샤를 더 이상 저가 화장품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미샤는 2008년부터 프리미엄 제품에 집중하고 있다. 미샤의 허성민 마케팅 기획팀장은 "비슷한 가격대와 제품으로 미샤만의 강점을 찾기가 힘들었기에 저가 라인을 거의 없애고 용기도 싹 바꾸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점은 미샤의 모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미샤의 모델은 4명이다. K-POP스타 20대 보아, 30대 이혜상, 40대 박주미, 남성용 제품 모델 조인성이다. 이혜상과 박주미, 조인성은 모두 경쟁사 아모레퍼시픽의 모델이었다.

경쟁사들이 한두명의 아이돌 가수를 모델로 쓰는 것에 비하면 모델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30·40대를 대표하는 여성 모델과 남성 모델로 타깃 고객층을 넓히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 해외 시장 개척


2013년 11월 기준 미샤는 국내 화장품 브랜드 중 가장 많은 해외 매장을 열고 있다. 체코·호주·태국·말레이시아·베네수엘라·파라과이 등을 포함한 세계 33개국에 1200여 매장이 있다. 그 중 700여개의 매장이 중국에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 인기가 좋다. 중국에서 미샤는 국내보다 3~4배 비싼 가격을 책정해 고급화 전략을 취했다. 중국 미샤 매장은 백화점 못지않게 고급스럽게 꾸며져 있다. 취펑화 세계경영연구원(IGM) 객원연구원은 지난해 국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화이트칼라 여성들은 미샤 화장품을 쓰는 것을 자랑으로 여길 정도"라고 말했다.

◆ 서 회장이 넘어야 할 산


서 회장은 지난해 2월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LG생활건강의 생활용품과 음료 부문을 뺀 화장품 부문을 따라잡는 것이 목표"라면서 "2017년 화장품 업계 2강에 안착할 것"이란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목표를 달성하기엔 상황이 그리 녹녹하지 않아 보인다. 에이블씨엔씨는 지난해 더페이스샵에게 업계 1위를 내주는데 이어 영업이익도 전년보다 75%나 감소했다.

미샤는 미투 제품 이후 이렇다 할 히트상품이 없어 고객의 유입이 정체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출시 당시 인기를 끌었던 미투 제품들도 이제는 다른 브랜드숍에서도 비슷한 제품이 나오고 있어 희소성이 없다.

더욱이 광고와 프로모션 비용이 과다한 것도 문제다. 업계 1위인 더페이스샵의 모델이 한 명인데 비해 미샤는 4명의 모델을 쓰고 있다. 4명 모두 전 국민이 알만한 인지도의 '비싼' 모델이다.

리서치애드가 조사한 ‘2012년 상위 10개 광고주별 온라인 광고 집행 내역’을 보면 에이블씨엔씨는 2012년 약 111억 원을 지출해 전체 업계에서 5위, 화장품 업계 중 1위를 차지했다. 경쟁사인 아모레퍼시픽(약 104억)보다 많은 금액이다. 홍보비의 증가는 영업이익의 감소로 귀결된다.

할인 마케팅도 더 이상 구매를 유도하는 장치로 작동하지 않는다. 정기 할인 외에도 '세계 여성의 날 기념' 같은 각종 구실을 들어 시도 때도 없이 할인을 하다 보니 소비자들은 할인에 무덤덤해졌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미샤의 부진에 대해 “경쟁사 대비 잦은 세일과 매출을 이끌 뚜렷한 히트 아이템이 없었던 게 그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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