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9월 평양공동선언 합의문을 함께 발표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차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 협상의 물꼬를 다시 텄다.
이제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만남이 주목된다. 문 대통령이 중재자로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야 대북 제재 완화와 종전 선언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 위원장이 19일 ‘9월 평양공동선언’을 내놓은 자리에서 한반도의 비핵화 의지를 육성으로 분명하게 밝히면서 북미 협상도 교착 상태를 벗어날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위원장은 세계에 생중계되는 평양 공동선언 합의문의 발표 현장에서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김 위원장이 한반도 비핵화의 길을 명확히 보여줬고 핵무기, 핵위협, 전쟁이 없는 한반도의 뜻을 같이 했다”며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평양 공동선언을 통해 북한 동창리의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가 전문가들의 참관 아래 영구 폐기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북한이 5월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할 때 다른 나라 전문가의 참관을 불허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동창리 핵실험장의 영구 폐기방안은 이전보다 진일보한 조치로 꼽힌다.
더불어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미국의 ‘상응 조치’에 따라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 조치를 계속 진행하겠다는 내용을 평양 공동선언 합의문에 넣었다.
북한이 미국에 종전 선언부터 해야 한다고 촉구하던 태도에서 한 걸음 물러서 비핵화에 성의를 보인 만큼 미국도 종전 선언을 병행하는 조치로 화답할 것을 요청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김 위원장이 핵사찰의 허용에 합의했다”며 “매우 흥분된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김 위원장이 북미 협상의 교착 상태를 타개하고 한국과 약속도 유지될 수 있도록 겨냥하는 대담한 전략을 보였다”며 “(평양공동선언이)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에 새 희망을 줬다”고 평가했다.
다만 평양 공동선언 합의문에 미국에서 요구해 왔던 ‘핵리스트 신고’ 등 현재 보유한 핵을 폐기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은 들어가지 않았다.
이를 감안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대상으로 핵리스트 신고 등 전면적 비핵화를 선행해야 종전 선언 등의 후속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강경한 태도를 지킬 가능성도 남아있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서 중재자의 능력을 다시 시험받게 된 셈이다. 그는 24일 유엔 총회현장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전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입증하는 것에 집중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평양 공동선언에 들어가지 않은 비핵화 조치의 구두 약속을 증거로 전달할 가능성도 높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18일 1차 정상회담에서 본래 예정된 회담 시간을 30분 이상 넘겼다. 19일 두 번째 정상회담에서는 70분 동안 독대했다. 이 과정에서 비핵화를 둘러싼 심도 깊은 이야기가 오갔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평양공동선언의 내용 이외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이를 토대로 다음주 초에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미 비핵화 협상의 속도를 낼 수 있는 방안을 놓고 한미 정상이 심도 있게 논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의 설득을 받아들인다면 마이클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과 2차 북미 정상회담 등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때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비핵화와 종전 선언의 병행 등에 합의하면 문 대통령이 추진하는 2018년 안의 종전 선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국국가이익센터(CNI) 국방연구국장은 트위터를 통해 “(미국) 조사관들이 북한에 가고 핵심시설도 폐쇄하는 것 등을 비춰보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2차) 회담을 열 것 같다”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