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경제협력사업 기대가 커지면서 국내 금융권이 북한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남북경협이 구체화되려면 아직은 넘어야 할 산들이 많지만 북한의 사회간접자본 확충 등 본격적 사업 논의가 진행되면 금융 지원은 필수적 요소로 검토될 것이기 때문이다.
▲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현재 북한 전문가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 채용되는 전문가는 앞으로 남북경협 관련 연구와 대북사업 기회 발굴 등의 업무를 맡는다.
KB금융그룹은 남북경협 등 남북관계의 단계별 진전에 따라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회사가 참여할 수 있는 사업을 발굴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도 운영하고 있다. KB금융지주와 각 계열사의 전략담당 부서가 참여 중이다.
KB국민은행은 이에 앞서 8월 열린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의 사전 집결지인 속초 한화리조트에서 임시 환전소를 운영하기도 했다.
신한금융그룹 역시 그룹 차원에서 북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신한금융지주의 월례 독서토론회에서 '조선자본주의공화국'을 토론 도서로 선정하고 이 책의 공동저자 가운데 한 명인 다니엘 튜더 전 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을 독서토론회에 초청하기도 했다.
신한금융그룹은 또 우영웅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을 중심으로 지주와 은행, 카드, 생명 등 계열사의 전략담당 부서장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구성해 남북경협을 대비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조직 개편을 통해 전략기획부에 남북금융경협랩(LAB)을 설치했으며 신한금융투자도 리서치센터에 ‘한반도 신경제팀’을 꾸렸다. 한반도 신경제팀은 북한 경제를 종합적으로 연구 및 분석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은행은 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북한에서 직접 영업을 한 경험이 있다. 2004년 7월 개성공단지점을 열어 운영했다. 이런 경험을 살려 남북경협이 본격화되면 북한사업을 중요한 전략부문으로 키운다는 전략을 세워 놓고 있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이 14일 개성공단에서 열린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에 금융권 최고경영자 가운데 유일하게 참석하기도 했다.
우리은행은 ‘남북 금융협력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전략기획, 글로벌, 투자은행, 개인영업, 기업영업 등 8개 부서와 우리금융연구소가 참여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도 ‘남북 하나로 금융사업 준비단’을 만들어 북한의 경제와 금융 관련 제도를 연구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북한 전문 연구인력도 충원하고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8월 평양에서 열린 국제유소년축구대회를 참관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구체적 남북경협의 시기와 방법은 남북 정상회담 결과에 따른 추이를 지켜봐야만 알 수 있다”며 “금융권에서는 단기적 대응보다는 사회간접자본사업의 금융 지원이나 북한의 경제상황과 관련한 연구 등을 중장기적 시각으로 전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