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부회장단은 정 수석부회장을 비롯해 현대차 윤여철 부회장, 김용환 부회장, 양웅철 부회장, 권문식 부회장, 현대제철 우유철 부회장,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 등 모두 7명이다.
이번 승진으로 정 수석부회장은 나머지 6명의 부회장보다 한 계단 높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당장 부회장단에 큰 변화가 있지는 않을지라도 조만간 발표될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방안과 맞물려 일부 부회장들의 거취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정태영 부회장이 현대차그룹 금융 계열사를 들고 독립할 수 있다는 관측이 꾸준히 나왔지만 이번 인사로 그럴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고 재계는 보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이 자동차뿐만 아니라 금융, 건설, 제철 등 현대차그룹의 모든 계열사 업무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게 됐기 때문이다. 정 수석부회장이 자동차와 연관성이 높은 금융부문을 더욱 적극적으로 챙길 가능성이 오히려 높아졌다는 관측이 많이 나온다.
실제 자동차를 구매하는 방식이 할부나 리스로 바뀌면서 현대차그룹에서 금융부문의 비중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상반기 현대차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금융부문(할부금융, 리스, 신용카드)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2.3%, 31%를 보였다. 지난해 연간 비중보다도 매출은 0.6%포인트, 영업이익은 11.3%포인트나 높아졌다.
현대차그룹은 조만간 새로운 지배구조 개편방안을 발표한다. 특히 정 수석부회장의 승진으로 지배구조 개편이 더욱 시급해졌다.
금융투자업계는 현대차그룹이 기존의 지배구조 개편방안을 크게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모비스를 분할한 뒤 분할된 현대모비스를 상장하는 원안에서 분할 기준이나 합병 비율의 조정 정도가 있을 것이라는 시장의 분석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 지주사체제도 다시 떠오르지만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현대차그룹이 지주사체제를 선택하면 금융과 산업의 분리원칙에 따라 현대캐피탈, 현대카드, 현대커머셜 등 금융 계열사는 산업자본인 현대차그룹의 지주회사로부터 독립해야 한다. 또 독립한 금융그룹의 수장으로 정태영 부회장이 유력하게 점쳐지기도 했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가능성이 낮다는 예상이 많다.
정태영 부회장이 현대자동차 본사가 있는 양재동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꾸준히 나온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둘째 딸이자 정태영 부회장의 부인인 정명이 부문장이 지난해 말 현대커머셜 상근고문에서 10년 만에 현대커머셜 커머셜부문장, 현대카드 브랜드부문장, 현대캐피탈 브랜드부문장으로 명함을 바꾸면서 이런 관측에 힘이 실리기도 했다.
정태영 부회장 하면 현대카드가 떠오를 정도로 정 부회장이 금융부문에서 이름이 알려졌지만 사실 현대차그룹에서 다른 계열사에 몸담은 기간도 꽤 길다.
정 부회장은 1985년 정명이 부문장과 결혼한 뒤 1987년부터 2002년 12월까지 현대종합상사, 현대모비스(현대정공), 기아차 등에서 근무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당장 정태영 부회장의 입지나 거취에 큰 변화가 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현대차그룹에서금융 계열사의 중요도나 위치 등이 과거와 달라져서 지배구조 개편 등과 맞물려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최근 현대라이프생명의 최대주주가 대만 푸본생명으로 바뀌면서 이미 그룹에서 입지가 약화됐다.
정 부회장은 2011년 현대라이프생명(녹십자생명) 인수를 주도했다. 당시 그는 2년 안에 흑자로 돌려세우겠다고 자신했지만 현대라이프생명은 현대차그룹 품에 안긴 뒤 연간 흑자를 단 한 번도 내지 못했다.
현대라이프생명은 결국 최근 최대주주가 바뀐 뒤 푸본현대생명으로 이름을 바꾸고 새롭게 출발했다. 정 부회장이 여전히 이사회 의장 지위는 유지하지만 결국 현대차그룹이 점차 손을 뗄 것이라는 관측이 계속 나오고 있다.
정태영 부회장은 현재 현대커머셜 지분 16.67%를 보유하고 있다. 아내 정명이 부문장이 현대커머셜 지분 33.33%를 보유하고 있어 두 사람의 지분을 합치면 50%에 이른다.
현대커머셜은 현대카드 지분 24.54%와 현대라이프생명 지분 20.37%를 각각 소유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