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규영 아주그룹 회장이 아주캐피탈 매각을 철회했다.
문 회장은 지난해 4월부터 아주캐피탈 매각을 추진했으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일본계 금융사 제이트러스트와 매각협상에서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해 매각을 철회하기로 했다.
아주그룹은 13일 아주캐피탈 매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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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규영 아주그룹 회장 |
아주그룹은 “지난해 11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제이트러스트와 최근까지 본계약 체결을 위한 협상을 벌였다”며 “아주캐피탈에 대한 가치평가와 가격, 기업 성장전략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매각작업을 철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주그룹과 제이트러스트는 아주캐피탈의 영업력과 시스템 등에 대한 가치평가, 일본자본 진입에 대한 고객과 직원들의 우려 등을 놓고 이견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아주그룹 관계자는 “서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매각을 계속 진행하는 것은 고객, 직원, 주주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지난해 아주캐피탈의 조달경쟁력이 높아지고 선제적 리스크 관리 강화에 따른 비용 감소로 아주캐피탈의 경영실적이 크게 개선된 것도 매각철회 결정의 이유”라고 말했다.
아주캐피탈은 자산규모가 6조2419억 원으로 현대캐피탈에 이어 캐피탈업계 2위의 회사다. 아주그룹이 지난해 4월 아주산업과 특수관계인 보유 지분 74.15%를 매물로 내놓으면서 ‘알짜 매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대형 금융지주사들이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란 애초 예상과 달리 적당한 인수자를 찾지 못해 난항을 겪었다.
지난해 11월 본입찰에서 제이트러스트가 대부업 경쟁사인 아프로서비스그룹을 꺾고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며 매각협상이 급물살을 타는 듯 보였다. 제이트러스트가 제시한 인수가격은 5천억 원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이트러스트는 이미 친애저축은행, 하이캐피탈, 케이제이아이대부, 네오라인크레딧 등을 국내 계열사로 보유하고 있어 아주캐피탈 인수를 통해 국내 금융계에서 영토를 더욱 확장하려고 했다.
하지만 아주캐피탈 노조는 일본계 자본인 제이트러스트에 넘어가는 것에 강하게 반발했다. 아주캐피탈노조는 지난해 11월 아주그룹 본사 앞에서 인수반대 집회를 열기도 했다.
제이트러스트는 아주캐피탈 노조의 강한 반대에 곤혹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일본계 투기자본이란 오명을 쓰면서까지 인수를 굳이 추진할 필요가 있느냐는 말도 내부에서 나와 협상이 결렬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아주캐피탈은 지난해 매출 7991억 원, 영업이익 523억 원, 당기순이익 365억 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대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87.2%, 91.8% 늘어났다.
문 회장은 아주캐피탈 매각을 철회하면서 아주그룹 사업전략에 대한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문 회장은 애초 아주캐피탈을 매각해 확보한 자금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한다는 방침을 세웠으나 매각을 철회함에 따라 아주캐피탈의 재정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아주캐피탈은 오토금융 수익성 개선, 전사적 리스크 관리체계 구축, 원가경쟁력 확보 등을 3개 경영전략으로 내세우고 올해 신규 영업목표를 전년보다 9.8% 늘어난 3조5천억 원으로 잡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