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새 스마트폰 '아이폰XR'에 LCD 패널과 싱글카메라 등 비교적 저사양 부품을 탑재했지만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적극 활용해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했다.
아이폰XR이 아이폰XS 시리즈보다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소비자들에 인기를 끌면 삼성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을 포함한 주요 부품업체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 애플 새 스마트폰 '아이폰XR'과 팀 쿡 애플 CEO. |
CNBC는 13일 "애플이 새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매우 영리한 가격 전략을 꺼내들었다"며 "아이폰XR이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으며 판매 호조를 보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이폰XR은 지난해 최소 999달러의 고가에 출시된 '아이폰X'의 디자인과 얼굴인식 기능을 물려받고 고성능 프로세서를 탑재했지만 가격은 비교적 낮게 책정된 애플의 새 스마트폰이다.
미국 판매가격은 64기가 모델 기준 749달러로 동시에 공개된 아이폰XS보다 250달러, 아이폰XS맥스보다 350달러 저렴하다.
아이폰XR은 올레드패널 대신 해상도가 비교적 낮은 LCD 패널을, 듀얼카메라 대신 싱글카메라를 탑재했다는 점을 제외하면 아이폰XS와 외관이나 성능에 차이가 거의 없다.
애플은 아이폰XR에 적용한 여러 소프트웨어 기술로 이런 차이마저 대부분 극복했다.
아이폰XR의 디스플레이에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사진 등 이미지의 색 재현율을 높이고 사용자 주변 환경의 빛 밝기와 색을 인식해 최적의 화면 색상을 표현하는 기술이 적용됐다.
올레드 패널의 최대 장점으로 꼽히는 화질과 색감을 LCD 패널에서 최대한 가깝게 구현한 셈이다.
아이폰XS에 탑재된 듀얼 카메라로 초점이 서로 다른 사진을 찍어 인물을 돋보이도록 처리하는 '인물사진 모드'도 아이폰XR에 탑재된 싱글 카메라에서 처음으로 구현됐다.
인공지능 기술로 사진의 인물과 배경을 자동으로 구분해 보정하는 일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애플은 최대 강점으로 꼽히는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앞세워 고성능 스마트폰에 반드시 올레드 패널과 듀얼 카메라 등 고가 부품이 필요하다는 고정관념을 깼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이폰에 사용되는 올레드 패널 물량을 거의 모두 책임지는 삼성디스플레이와 듀얼 카메라 모듈을 대부분 공급하는 LG이노텍 등 부품업체는 이런 변화에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올레드 패널과 듀얼 카메라가 고수익성 부품인 만큼 삼성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이 애플 아이폰에 매출과 영업이익을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 애플 아이폰XS에 적용되는 올레드패널과 듀얼카메라. |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고가 모델과 차이가 적고 가격은 저렴한 아이폰XR의 판매 비중이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며 "LG이노텍 등 부품사가 부정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도 "올레드 패널을 탑재한 아이폰XS가 가격 차이 때문에 출하량을 의미있게 늘리기 어려울 것"이라며 "LCD 아이폰에 수요가 쏠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애플이 아이폰XS보다 아이폰XR 판매에 집중하는 것이 더 효과적 전략이라는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판매량 확대를 추진하기 유리한 데다 부품 원가도 저렴해 수익성 확보에 부담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애플은 부품 가격 협상을 유리하게 진행하기 위해 삼성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 등 기술력이 높은 소수의 부품업체에 의존이 높아지는 일도 가능한 피하려 할 공산이 크다.
CNBC는 "아이폰X을 구매하고 싶었지만 가격 부담을 느꼈던 소비자들에 아이폰XR은 헐값처럼 느껴질 것"이라며 "아이폰 판매량 증가를 견인할 베스트셀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