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면세점의 치열한 승부에서 진정한 승자는 누구인가?
외형적으로 호텔롯데가 호텔신라에 압승했다. 상징성이 높은 탑승동을 확보했고, 절대면적도 크게 늘었다. 그러나 실리는 호텔신라가 챙겼다는 평가도 나온다. 수익이 높은 주류담배를 얻었고 수익이 낮은 탑승동을 잃었기 때문이다.
호텔롯데는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규모의 경제는 이뤘지만 임대료가 높아진 점을 감안하면 수익은 줄 수 있다. 하지만 인천공항 면세점의 명성을 다른 유통채널에 접목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 호텔신라, 알짜 사업만 거둬들여 오히려 실속 챙겼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가 인천공항 면세점 낙찰 결과 호텔롯데가 8개 구역 가운데 4권역을 확보해 가장 넓은 구역을 확보했고 호텔신라(3권역)와 신세계(1권역)가 각각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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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
호텔신라는 이번 입찰에서 면세점 외형이 줄고 탑승동을 호텔롯데에 빼앗겼다. 호텔신라는 영업면적이 기존 7597㎡에서 3501㎡로 축소되고 루이비통 매장도 호텔롯데에 넘겨주게 됐다.
하지만 호텔신라가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나름대로 실속을 챙겼다는 평가도 있다.
호텔신라가 인천공항 면세점 가운데 담배주류 영업장을 확보하면서 수익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또 매출 비중의 25%를 차지했던 탑승동을 빼앗겼지만 임대료 감소효과를 볼 수 있어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윤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면적만 크고 실속이 없는 탑승동과 수익성이 낮은 루이비통 매장을 경쟁사에 내줬다”며 “여객터미널 핵심품목인 화장품부문을 사수했고 주류담배 영업장도 새롭게 획득했다”고 평가했다.
김 연구원은 “인천공항 임대료가 과도하게 높다는 우려가 많은데 호텔신라는 임대면적이 50% 줄면서 임대료도 크게 떨어질 것”이라며 “매출은 14%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나 2기 때와 달리 2년차에 바로 흑자전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종대 하나대투증권 연구원도 “임대료가 15% 늘어날 것으로 가정할 경우 매출 증가율 10% 수준이 영업이익 증가의 임계치”라며 “호텔신라는 고수익을 내는 주류담배 영업장을 추가로 운영하게 돼 이익을 보전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호텔신라는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평가를 받으며 12일 주가가 올랐다.
◆ 호텔롯데 ‘승자의 저주’ 우려 나와
호텔롯데는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호텔롯데는 이번 입찰에서 이기기 위해 과감하게 베팅했다. 호텔롯데는 호텔신라에 비해 최대 70%나 높은 임대료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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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홍균 롯데면세점 대표 |
그러나 임대료가 크게 올라 면세점 수익 회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호텔롯데는 탑승동에만 최소 1500억 원 이상의 임대료를 써낸 것으로 추정된다. 인천공항공사는 전 품목 판매가 가능한 탑승동의 임대료 최저 수용금액을 연간 1049억 원으로 설정했다.
인천공항 면세점의 임대료는 천정부지로 높아지고 있어 입점기업들이 적자영업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인천공항공사가 연간 임대료 하한선으로 제시한 금액은 2기 때보다 15% 늘어난 7천억 원에 이른다. 이번 입찰에 업체들이 제시한 금액은 1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호텔롯데와 호텔신라 두 기업이 현재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올리는 연매출은 합쳐봐야 약 2조 원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호텔롯데가 인천공항 면세점에 대거 입점을 희망한 이유는 인천공항 면세점의 명성을 얻어 백화점 아울렛 등에서 막대한 시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호텔롯데는 앞으로 공항 이용객들에게 한류문화와 관련한 디지털 콘텐츠를 제공하는 ‘체험형 쇼핑’을 선보이기로 했다. 브랜드 충성도를 높여 재방문율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인천공항 면세점사업은 높은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그 상징성을 무시할 수 없다”며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자 1위라는 타이틀은 해외면세점 진출은 물론이고 국내 다른 유통채널에서도 고객을 끌어들이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호텔롯데는 지난해 전체 매출은 4조2천억 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인천공항 면세점 매출은 1조500억 원(25%) 정도에 불과했다. 소공점 면세점 매출은 1조9천억 정도로 추정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