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식을 팔아 차익 실현에 나설까?
테마섹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초기에 투자했는데 올해 3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식 가운데 일부인 1조 원가량을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을 통해 매도해 현금화했다.
테마섹이 설정한 잔여지분 보호예수기간이 만료되면서 주식을 다시 내다 팔지 주목된다.
◆ 테마섹, 또 한 번 차익 실현 나설까
4일 업계에 따르면 테마섹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보유지분 가운데 일부를 팔아 수익을 실현할지를 놓고 투자자들과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주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테마섹은 올해 3월6일 셀트리온, 셀트리온 헬스케어 지분 일부를 매각하며 잔여지분에 180일 보호예수기간을 설정했다. 이 보호예수기간이 4일자로 만료된다.
테마섹은 3월 초 지분매각 직전 100% 자회사인 아이온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셀트리온 주식 14.30%(1750만7642주)와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식 12.67%(1731만9600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테마섹은 3월6일 장 마감 이후 블록딜을 통해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셀트리온 224만주(1.85%), 셀트리온 헬스케어 290만주(2.18%)를 각각 7542억 원, 3151억 원에 매각했다.
테마섹의 지분매각 소식에 시장은 요동쳤고 3월7일 하루동안 셀트리온 주가는 12.16%, 셀트리온헬스케어 주가는 11.89% 급락했다.
당시 테마섹은 블록딜을 진행하며 파장을 우려한 듯 잔여지분은 180일 동안 매각하지 않겠다는 보호예수를 설정했는데 소용이 없었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테마섹이 보호예수가 만료되면 추가로 지분을 매각해 차익 실현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그치지 않고 있다.
테마섹은 현재 셀트리온 지분 12.45%,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10.51%를 보유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셀트리온홀딩스에 이어 2대주주이고 셀트리온헬스케어에서는 3대주주에 올라있다.
테마섹은 2010년과 2013년에 걸쳐 셀트리온에 총 3574억 원을 투자했고 셀트리온헬스케어에는 2011년 우선상환주 매입 방식으로 170억 원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마섹이 보유한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평가액은 현재 4조3천억 원, 1조4천억 원에 이른다. 지분 일부만 매도해도 막대한 차익을 거둘 수 있다.
◆ 테마섹, 셀트리온의 영원한 파트너일까
테마섹의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추가 매각 가능성을 놓고 시장에서는 일단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의견이 우세하다.
올해 3월6일 블록딜 당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주가는 고공행진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당시 주가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3월6일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종가는 각각 37만 원, 11만9400원이었다. 현재 셀트리온 주가는 20만 원대 후반, 셀트리온헬스케어 주가는 9만 원대 후반 수준으로 당시보다 낮다.
테마섹과 셀트리온이 단순 투자자-기업 관계가 아니라 긴밀한 사업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지분 추가 매각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셀트리온은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다. 셀트리온 경영진들은 국내에서 투자를 받지 못하자 해외로 눈을 돌렸는데 그때 손을 내밀어준 곳이 테마섹이다.
셀트리온과 테마섹은 투자계약을 맺었는데 주주 사이 계약에는 셀트리온이 테마섹에 이사선임권을 부여하고 테마섹의 지분 매각시 셀트리온에 우선매수권을 주는 내용도 담겨있다.
셀트리온도 3월 블록딜을 놓고 파문이 확산되자 “테마섹 측이 운영 펀드 내 리밸런싱을 위한 목적으로 일부 지분 처분에 나선 것으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대한 장기 투자자로서의 포지션에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셀트리온 주가가 고공행진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테마섹이 3월 블록딜 매각을 추진했던 이유는 당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주가가 고공행진하면서 헬스케어업종 내에서 두 보유지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과도해졌기 때문이다. 포트폴리오 편중화를 막기 위해 지분을 일부 매각했던 것이다.
앞으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주가가 3월 당시보다 더 높게 올라간다면 같은 논리로 테마섹은 지분 일부 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테마섹이 추가 지분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여론이 형성되면 주가 상승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