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공정거래법 개정안 시행 전까지 삼성그룹의 지주사체제 전환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며 지주회사 설립을 재차 압박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제시한 3년 정도의 시한 안에 삼성그룹이 완전한 지주사체제를 구축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도입 가능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김상조 위원장은 삼성그룹이 지주사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강조했는데 이번에는 구체적 시한까지 제시하며 지배구조 재편 가속화를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시행 전까지 3년 정도 유예기간이 있어 삼성그룹이 지주사체제 전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이 현재 상황에서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하는 지배구조를 구축할 여건을 충분히 확보한 만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삼성그룹과 같은 거대 기업집단에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조직이 필요하다며 이를 지주회사와 같이 법적 근거를 갖춘 투명한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삼성그룹도
이재용 부회장 중심의 경영체제를 확립하고 삼성전자 등 계열사에 안정적 지배구조를 갖추려면 지주사체제로 전환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룹 내 실질적 지주사인 삼성물산이 지주회사 요건을 맞출 수 있을 정도로 삼성전자 등 다른 계열사 지분을 확보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삼성물산이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삼성전자를 자회사로 편입하려면 약 15%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현재 국회를 통과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25% 넘는 지분을 사들여야 한다.
김 위원장이 "공정거래법이 시행되면 삼성그룹 지주사 전환은 영원히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한 점을 볼 때 삼성물산이 25% 이상의 삼성전자 지분을 확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분석된다.
개정안 시행 전에 삼성물산이 약 46조 원에 이르는 삼성전자 지분 15%를 사들이는 방식도 무리가 따른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삼성전자에 매각하고 현재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을 삼성물산이 매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지배구조 개편을 목적으로 사업적 연관이 거의 없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매입한다면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주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사업회사를 두고 지주회사를 분할해 삼성물산과 합병할 가능성도 일각에서 나왔다. 하지만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주회사 설립 계획은 완전히 철회됐다"며 가능성을 부인했다.
김 위원장은 2016년 경제개혁연대 소장을 지낼 때 작성한 보고서에서 삼성물산의 인적분할과 금융지주사 설립 등을 통한 지주사체제 전환 방식을 제안한 적이 있다.
하지만 삼성물산을 인적분할하는 과정에서 주주들이 반발할 수 있고 삼성물산 등 계열사가 자회사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부담이 여전하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은경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이 현행법에 맞춰 지주사로 전환하는 일은 불가능하다"며 "정부와 삼성의 추가 협의가 없다면 지주사체제 전환방안은 사실상 부재하다"고 바라봤다.
삼성그룹이 결국 지주회사 전환을 포기하고 지금의 지배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주사체제 전환에 필요한 비용과 노력에 비해 얻을 수 있는 실질적 효과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이 지주회사가 되고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지분을 확보해 계열사 전체에 지배력을 높이는 일은 평소 이 부회장이 강조하던 경영철학과도 조금 거리가 있다.
이 부회장은 항소심 재판에서 "삼성에서 어떤 비전을 보여주고 임직원들에 능력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는지가 중요하지 대주주로서 얼마나 지분을 소유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삼성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지주사체제 전환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보지만 수년 안에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라며 "일반주주의 피해 등을 고려하면 방법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