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가 가상화폐 거래소를 벤처기업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중기부는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을 분리해서 바라보고 있는 반면 거래소를 비롯한 블록체인 관련 회사들은 둘을 떼어서 볼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중기부는 암호화자산(가상화폐) 매매와 중개업을 벤처기업에 포함하지 않는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4일까지 의견을 받고 있다.
중기부는 “가상화폐 매매와 중개에 관련된 투기 과열과 유사 수신, 자금 세탁, 해킹 등의 불법행위가 나타나고 있다”며 “벤처기업에 포함되지 않는 업종에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화폐 매매와 중개업을 추가해 우리 산업의 구조조정을 원활히 하고 경쟁력을 높이려 한다”고 밝혔다.
이 시행령 개정안이 확정되면 가상화폐 거래소는 벤처기업 인증을 받을 수 없다. 중기부에서 제공하는 벤처기업 관련 혜택도 고스란히 받을 수 없게 된다.
벤처기업은 현재 창업 후 3년 안에 인증을 받으면 법인세와 소득세 50%, 재산세 50%, 취득세 75%를 감면받을 수 있다. 신용보증 심사 과정에서 우대를 받고 코스닥 상장을 추진할 때 요건도 완화된다. 여러 정부 사업에서 가점도 받을 수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가 벤처기업 인증을 받지 못하면 중기부가 입법예고한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에 명시된 벤처투자 지원 대상에서도 빠져 혜택을 추가로 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중기부는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일어났던 사행성 문제를 감안하면 벤처기업 인증을 주기 힘들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를 벤처기업에서 제외할 뿐이라 규제라고 보기 힘들고 블록체인 관련 창업기업이나 중소기업은 벤처기업 인증을 받을 수 있는 육성 대상이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가상화폐 거래소 관련 단체들은 단체들은 가상화폐 매매와 중개업을 벤처기업에 포함되지 않는 다른 사행산업과 같은 선에서 바라볼 수 없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중기부가 현재 벤처기업에서 제외하고 있는 산업들은 유흥주점업, 무도 유흥주점업, 기타주점업, 기타 사행시설 관리와 운영업, 무도장 운영업 등 5개다.
가상화폐 거래소를 운영하지 않는 블록체인 관련 회사들도 중기부의 입법안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향후 가상화폐 공개(ICO) 등으로 자금을 조달할 길이 막힐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와 한국블록체인협회, 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는 8월17일 낸 성명에서 “중기부의 정책 방향을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다”며 “발바닥의 종기가 아프다고 해서 다리를 자르는 어리석음을 범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입법안이 시행되면 세계에서 블록체인 기술 특허를 두 번째로 많이 보유한 국내 회사가 가상화폐 거래소를 운영한다는 이유만으로 벤처기업 대상에서 제외된다”며 “이렇게 되면 한국에서 블록체인 기반 벤처기업은 사라지고 만다”고 주장했다.
중기부는 거센 반발을 마주하자 22일과 23일 블록체인 관련 협회와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 등의 관계자들과 만나 가상화폐 거래소를 벤처기업에 포함하지 않는 문제를 논의했다.
그러나 중기부와 가상화폐 블록체인 관계자들이 간담회에서 서로 평행선을 달린 것으로 알려져 관련 논란이 지속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중기부가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은 4일 이후 법제처의 심사와 국무회의의 의결을 거치면 효력을 곧바로 발휘하게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