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 선수단이 18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스타디움에서 개막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개회식에서 한반도기를 들고 함께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
남북이 뭉친 '코리아'(COR) 아시안게임 단일팀이 농구와 카누 등에서 힘찬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스포츠에서 협력이 다양한 분야의 협력과 남북 정상회담에도 반가운 마중물이 될지 시선이 몰린다.
코리아는 26일 태국과 여자 농구 준결승전 진출권을 놓고 경기를 치른다. 용선(드래곤보트) 남·여 500m 본선과 결선도 이날 치러진다.
용선은 카누의 한 종목인데 20명의 패들러가 고수의 북소리에 맞춰 하나의 동작으로 노를 저어 기록을 측정하는 경기다.
6월18일 남북은 체육회담을 열고 18회 아시안게임에 단일팀을 구성해 여자 농구와 조정(남자 무타포어, 남자 경량급 에이트, 여자 경량급 더블스컬), 카누(남녀 용선) 종목에 참가하기로 합의했다.
코리아 팀은 갈수록 호흡이 잘 맞아가고 있다는 평가를 듣는다.
여자 농구는 조별 예선전에서 3승1패로 조2위를 차지해 8강에 진출했다.
이문규 여자 농구 단일팀 감독은 "선수들이 마치 친자매처럼 생활한다"며 "북측 선수들 모두 적극적으로 행동해 생각보다 호흡이 잘 맞는다"고 말했다.
조정 종목에서는 모두 결선에 올랐지만 성적은 기대에 다소 못미쳤다.
남자 무타포어는 23일 결선에서 6분59초61을 기록해 6위를 했다. 24일 남자 경량급 에이트 메달 결정전에서는 6개팀 가운데 5위, 여자 경량급 더블스컬은 6개 나라 가운데 최하위에 머물렀다.
용선 남녀 200m에서는 25일 여자 용선 200m에서 동메달을 땄다. 남자 용선 200m에서는 준결승에 진출했지만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다. 1000m 경기는 27일 열린다.
남북 단일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최초의 남북 단일팀은 1991년 4월 일본에서 열린 세계 탁구 선수권 대회 여자단체전이다. 남측 현정화 선수와 북측 리분희 선수 등이 주축으로 세계 최강 중국을 넘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중국은 이 대회에서 9연패를 노리고 있었다.
응원 열기도 뜨거웠다. 관중석에서도 재일동포 ‘민단’과 ‘총련’이 함께 응원단을 꾸려 응원했다.
같은 해 6월 남북 단일팀으로 포르투갈에서 열린 세계 청소년 축구 선수권대회도 참가해 8강에 진출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여자 하키 종목에 단일팀으로 참가했다. 팀 결성 전후로 형평성 문제를 두고 많은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판문점 선언을 이끌어내는 하나의 발판이 됐다.
남북 단일팀은 경기 성과를 떠나 결성과 활동 자체만으로도 남북교류 측면에서 국제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16일 “아시안게임 사상 최초로 여자 농구 단일팀을 구성한 남북의 협력과 통합에 찬사를 보낸다”고 밝혔다.
후세인 알 무살람 아시아올림픽평의회 사무총장도 “한반도가 평화로 가는 과정에 아시안게임이 기여할 수 있다는 것에 기쁘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올해는 스포츠가 국가의 운명을 바꾸는 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이창복 2018 아시안게임 원코리아 공동 응원단 조직위원장도 “체육이 길을 닦은 뒤 문화가 들어가고 정치가 들어갔다"며 "이번 아시안게임도 남북 간격을 좁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남북 단일팀을 두고 환영의 뜻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에서는 단일팀을 두고 '보여주기만을 노리는 정치 쇼'라며 공격하는 의견도 많다.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하키팀 결성 당시에는 팀 결성에 반대하는 국민청원이 일어나는 등 남측 선수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컸다.
하지만 다양한 우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학계 역시 남북한의 스포츠 교류가 남북 정세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동선 경기대학교 스포츠과학부 교수는 한국체육학회지를 통해 "스포츠 교류는 비정치적이면서 국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알맞은 분야"라며 "정부 차원의 접촉이나 경제적 동기를 주축으로 하는 경제협력의 한계를 벗어나 남북 사회의 이질성을 극복하고 궁극적으로 통일을 지향하는 하나의 물꼬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