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즉시연금에 이어 암 보험 문제를 내세워 보험사를 향한 압박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원장은 24일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과 조찬 간담회를 열어 임기를 시작한 뒤 처음으로 보험사 최고경영자들과 만나기로 했지만 뒤로 미뤄졌다.
즉시연금 과소 지급 사태에 이어 암 보험금을 둘러싼 민원도 분쟁조정위원회로 넘어간 상황에서 윤 원장의 대응 방향과 수위를 엿볼 수 있을 것으로 점쳐졌지만 태풍 솔릭 비상상황 때문에 일단 연기됐다.
금감원은 21일 국민 검사 청구 심위위원회를 열어 암 보험 가입자들이 청구한 ‘암 입원 보험금 부지급 보험회사의 위법·부당행위 검사 청구’를 기각하며 “실효적 구제 수단은 검사가 아닌 분쟁 조정”이라고 판단했다.
암 보험 사태는 암 진단을 받은 뒤 요양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이 보험사에 암 치료비를 청구했으나 보험사들이 약관에 정한 ‘암의 직접적 치료 목적’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하면서 시작됐다.
윤 원장과 보험사 최고경영자들의 만남은 7월 초에 예정됐지만 별다른 이유 없이 연기된 데 이어 또 다시 미뤄지면서 보험사 최고경영자들도 직접 윤 원장을 만나 각종 현안들을 놓고 소통할 기회를 놓친 셈이다.
금감원은 9월 초 분쟁조정위원회를 열어 암 보험과 관련된 분쟁 조정을 시작하고 적절한 지급기준이 마련되면 보험회사의 보험금 지급 여부 적정성 등을 점검하기로 했다.
즉시연금 과소 지급을 놓고 금감원과 생명보험사들이 정면충돌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소통도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암 보험과 관련된 분쟁 조정 결과에 따라 양측의 갈등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즉시연금과 달리 암 보험에 관해서는 일괄구제 권고를 꺼내들기 쉽지 않다. 약관과 상품형태가 비슷한 즉시연금과 달리 암 보험은 약관이나 조건들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윤 원장도 16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암 보험은 일괄 구제 권고를 했던 즉시연금과 다르게 하려 한다"며 “기간과 치료 등 암 자체가 복잡해서 균일 상품으로 간주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7월에 내놓은 금융감독 혁신방안에서 말기 암 환자의 입원, 집중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의 입원, 암 수술 직후 환자의 입원 등 3가지 유형에는 보험사들이 암 보험금 지급을 검토하라고 권고했다.
분쟁조정위원회도 큰 틀에서 이와 비슷한 수준에서 지급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다만 윤 원장이 금융소비자 권익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최대한 금융 소비자 편에 서서 생명보험사 최고경영자들에게 더 넓은 범위의 환자에게 암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자살보험금과 즉시연금 사태에 이어 암 보험 논란 등이 불거진 근본적 원인으로 보험사의 약관이 은행과 증권사와 비교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꼬집으며 보험사 CEO들을 압박할 가능성도 크다.
윤 원장이 16일 취임 100일 간담회에서 생명보험사의 즉시연금 과소 지급을 놓고 "소비자를 부당하게 취급하는 일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금감원의 공식 의견"이라고 말한 내용의 연장선인 셈이다.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금감원이 즉시연금과 달리 암 보험과 관련해 일괄 구제 권고를 하기 어려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다만 암 보험상품이 판매 건수도 많고 지급 대상도 더 많기 때문에 그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