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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세계 최대 바이오시밀러시장인 미국 공략에 나서고 있다. 세계 최초 항체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가 선봉장이다.
서 회장이 일본과 유럽, 미국 등 해외시장에서 램시마를 성공시킨다면 셀트리온을 세계적 바이오시밀러 업체로 자리잡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바이오시밀러시장의 경쟁은 치열하다. 바이오시밀러시장은 오리지널 제품 한 종류당 10조 원 안팎의 시장이 형성되고 있어 탐내는 곳이 많다.
류머티스 관절염 치료 바이오시밀러만 해도 스무 종 이상이 개발중이다. 램시마의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인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는 삼성바이오에피스, 화이자, 슈넬생명과학 등이 셀트리온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시장에서 누가 선택될지 알 수 없다. 서 회장이 과연 경쟁자들을 뿌리칠 수 있을까?
◆ 세계시장 출격하는 램시마
셀트리온은 세계 최초로 항체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를 개발했다. 램시마는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인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다.
램시마는 우리나라에서 2012년 판매허가를 받은 것을 시작으로 2013년 유럽, 지난해 캐나다(1월), 일본·터키(7월), 멕시코(11월)에서 잇따라 허가를 받았다.
램시마는 아직 특허가 만료되지 않아 판매를 개시하지 못한 곳도 있으나 점차 세계시장에서 판매처를 확대해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시장인 일본에서 램시마 판매를 시작했다. 판매가격은 5만9814엔으로 오리지널 약이 8만4536엔인데 비해 30% 가까이 저렴하다. 셀트리온은 1차적으로 일본에서 시장점유율 30%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셀트리온은 올해 유럽시장을 공략할 채비를 마쳤다. 지난해 이미 판매허가는 받았지만 국가별로 특허만료일자가 달라 일부국가에서 시판에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이달 안으로 유럽 12개 국가에 램시마 판매가 확대된다.
유럽 12개국 가운데 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등 서유럽 주요국가들이 포함돼 있다. 이들 5개국에서 램시마 같은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판매액은 5조5천억 원에 이른다. 램시마 오리지널약인 레미케이드 판매액만 해도 2조 원이 넘는다.
유럽국가의 성공을 점칠 수 있는 잣대가 되는 곳은 노르웨이시장이다. 지난해 램시마 판매를 시작한 노르웨이에서 램시마는 오리지널약 시장의 15% 점유율을 차지했다. 셀트리온은 점유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유럽은 공공의료정책이 발달해 국가의 의료부담이 갈수록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오리지널약보다 저렴한 바이오시밀러는 국가부담을 크게 경감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사용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를 사용하면 독일정부의 재정부담이 2020년 2조 원 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추산했다.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의 바이오시밀러시장 경쟁이 치열하지만 셀트리온은 선두업체의 장점을 내세워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일단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기존 오리지널약 수요를 대체할 수만 있다면 이후에 비슷한 가격대의 바이오시밀러가 시장에 나와도 점유율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의료산업의 특성상 의사들이 효과가 검증된 약의 처방을 잘 바꾸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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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
◆ 본게임 미국에서 성공할까
램시마가 이미 일본과 유럽 판매를 개시했지만 램시마의 성공은 미국시장 진출에 달려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오리지널약인 레미케이드는 세계 판매량 10조 원 가운데 4조 원이 미국에서 판매됐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램시마가 미국에서 허가받을 경우 미국 최초의 항체 바이오시밀러로 기록된다”며 “최초 허가라는 상징적 기록은 회사의 경쟁력을 입증하는 중요한 지표”라고 미국진출 의지를 보였다.
레미케이드의 미국 특허만료는 2017년으로 다소 기간이 남았음에도 셀트리온이 램시마의 미국 판매허가 신청을 서두른 이유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8월 미국 식품의약국에 판매허가를 신청했고 11월 류마티스학회에서 램시마 미국허가를 위한 임상결과를 발표했다.
미국은 자국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바이오시밀러 시장진입 시기를 최대한 늦춰 왔다. 그러나 2010년 관련법을 제정하고 2012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서서히 바이오시밀러에 문을 열고 있다. 지난해 7월 노바티스가 바이오시밀러 자르지오 허가를 신청했고 셀트리온 램시마가 뒤를 이었다.
지난달 초 식품의약국 자문단은 자르지오가 오리지널약 뉴포젠과 임상적으로 동일한 효과를 보인다며 승인권고를 내렸다. 사실상 판매허가를 얻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자르지오는 항체 바이오시밀러는 아니지만 분자량이 작은 1세대 바이오시밀러에 해당한다. 자르지오 승인권고는 미국의 바이오시밀러 기준이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램시마 미국진출에 기대감을 높게 만드는 대목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자르지오 승인권고로 램시마에 대한 기대도 커진 것이 사실”이라며 “이르면 6월 정도에 식품의약국의 결정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 봤다.
미국은 의료보험이 사보험 중심으로 형성돼 있어 보험사와 제약사가 가격협상을 통해 약을 선택하고 공급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가격이 저렴한 복제약의 사용비중이 89%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셀트리온이 램시마의 미국시장 진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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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
◆ 램시마 성공 기다리는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가 성공하면 기업가치가 크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은 램시마와 함께 세계 최초 항암 항체 바이오시밀러인 허쥬마도 국내판매 승인을 받았다. 두 제품의 오리지널약 시장규모는 각각 84억 달러와 66억 달러로 둘을 합하면 우리돈으로 16조 원 이상이다.
국내시장에서 램시마는 레미케이드를 대체해 시장의 19% 수준으로 점유율을 확대했다. 세계시장에서 이런 점유율을 얻는다면 3조 원 이상의 매출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셀트리온 매출의 거의 열 배에 이른다.
셀트리온에 대해 기업가치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램시마는 세계 항체 바이오시밀러 중 가장 먼저 시장에 진입했다”며 “램시마만으로도 현재 셀트리온 시가총액은 설명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한 연구원은 “여기에 허셉틴과 리툭산 등 바이오시밀러의 가치를 고려하면 주가 재평가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램시마 판매를 전담하는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대한 관심도 높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올해 기업공개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미국 호스피라에 전환사채를 발행할 때 평가받은 기업가치는 2조3천억~2조4천억 원 규모다. 코스닥에 상장할 경우 다음카카오(8조7천억 원), 셀트리온(4조3900억 원)에 이어 파라다이스(2조4500억 원)와 동서(2조3500억 원) 등과 함께 시가총액 3위권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서정진 회장이 보통주 지분 50.56%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JP모간의 사모펀드 원이쿼티파트너스가 우선주 22.32%,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이온인베스트먼트가 우선주 7.70%, 페트라2호 사모투자전문회사가 우선주 3.29%를 소유하고 있다.
당초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원이쿼티파트너스에 상환전환우선주를 발행하며 2014년 말 상장을 약속했으나 올해로 상장을 미뤘다. 아직 미국에서 램시마 시판이 결정되지 않아 불확실성이 남아있어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2013년 말 기준으로 총 자산 1조724억 원 가운데 9316억 원을 재고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대부분의 재고자산은 램시마로 추정된다. 램시마 시판결과에 따라 기업가치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셀트리온헬스케어는 램시마 판매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서 회장은 지난해 4월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램시마를 판매해 셀트리온 매출을 부풀렸다는 의혹을 받았다. 램시마 판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재고만 계속 쌓였기 때문이다.
서 회장은 매출 부풀리기와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되자 주식 전량 매각을 선언했다. 그러나 검찰이 약식기소를 결정하자 주식 매각의사를 철회했다. 이런 서 회장의 행위에 대한 시장의 의혹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램시마 미국판매 승인은 이런 의혹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기회다. 램시마 판매가 확대되면 셀트리온헬스케어 재고자산이 소진되고 정당하게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램시마의 성공은 기업공개 시점을 앞당겨 투자금 회수를 노리는 재무적투자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