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국토교통부는 진에어의 항공운송 면허를 유지하기로 한 배경을 놓고 “법률 자문과 청문,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면허 자문회의 논의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면허 취소로 달성 가능한 사회적 이익보다 면허 취소에 따른 부정적 파급 효과가 더 크다고 판단해 면허를 취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진에어 불법 외국인 등기임원 문제가 처음 제기된 지 4개월여 만에 면허 유지 판단이 내려지면서 논란이 마무리됐다.
애초 김현미 장관이 진에어 문제에 강한 태도를 보여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국토교통부의 면허 유지 결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생겨난다.
김 장관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진에어 불법 등기임원 재직 사실이 알려진 뒤 국토교통부가 거짓해명 자료를 내놓자 직접 “논란이 일고 있는 진에어 문제와 관련해 내부 감사를 즉시 실시하라”고 지시하며 엄정 대처의 의지를 보였다.
김 장관이 항공사업법에 따라 진에어의 면허 취소 쪽으로 가닥을 잡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그동안 나왔지만 16일 면허 자문회의의 자문 결과를 보고받은 뒤 최종적으로 면허를 유지하기로 한 것으로 파악된다.
면허 자문회의 구성원 일부는 “법 위반 행위를 놓고 법을 엄격하게 해석·적용해 면허를 취소하는 것이 법 질서를 지키는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국내 항공사의 지배를 막기 위해 외국인 등기이사를 금지한 법의 취지를 놓고 볼 때 진에어의 등기임원 재직 문제가 항공 주권 침탈 등 실제적 법익을 침해했다고 보기 힘들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법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일었던 점도 면허 유지 판단의 배경으로 꼽힌다.
옛 항공법에 따르면 면허 결격 사유에 대한 면허 취소 조항은 2008년까지 기속행위(필요적 취소)였지만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재량행위(임의적 취소)로 변경됐고 이후 다시 기속행위로 개정됐다.
조현민 전 진에어 부사장이 등기임원으로 재직한 시기는 2010년 3월~2016년 3월까지 모두 6년인데 법 개정 시기와 맞물린다. 국토교통부에 법률자문을 한 국내 법무법인들은 진에어와 같은 사례가 발생하면 공익과 사익 사이에서 충분한 고려를 해야 한다고 자문했다.
과거 대법원도 면허를 취소해야 할 합리적 사유가 있어도 공익적 필요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항공사업법과 대법원 판례 등에 비춰봤을 때 김 장관이 법 테두리 안에서 행사할 수 있는 최대한의 재량을 폭넓게 행사했다고 보는 시각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법 적용 시기에 차이가 발생했지만 사실상 2010년부터 2012년까지만 보면 진에어는 불법을 저질렀고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가 무조건 면허 취소를 내려야 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면허 자문회의 등의 법적 절차를 밟으면서 법적 해석과 관련한 운신의 폭이 커져 제재 수위가 낮아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가 항공사를 관리·감독해야 하는 주무 부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한 데 1차적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서 진에어의 면허 취소를 결정하기 힘들었을 것이라 보는 시각도 있다.
국토교통부는 진에어의 불법 외국인 등기임원 문제가 6년 동안 지속됐지만 위법사실을 장기간 인지하지 못했다. 국토교통부는 이 기간에 모두 세 차례 등기임원 문제를 걸러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도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애초부터 국토교통부가 수수방관했던 문제를 놓고 잘못된 과정의 결과물인 진에어만 걸고 넘어지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항공업계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됐다.
국토교통부는 6월 말에 면허변경 업무를 처리하면서 불법 등기임원 문제를 확인하지 못한 국토교통부 공무원들을 수사의뢰했는데 이와 제재 수위를 맞추기 위해서라도 진에어의 면허 취소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일자리정책과 보조를 맞춰야 하는 행정부로서 국토교통부가 정무적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보는 시각도 넓게 자리잡고 있다.
진에어 작원은 1900명에 이르는데 고용 문제는 국토교통부가 쉽게 손댈 수 없는 문제로 꼽혔다. 면허를 취소하면 1900명의 일자리가 한순간에 위태해지는데 이를 흡수할 만한 현실적 대안을 마련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