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제과의 감자칩 ‘허니버터칩’ 열풍이 출시 6개월이 지나도록 가라앉지 않고 있다.
허니버터칩은 지난해 출시 이후 각종 신드롬을 일으키며 과자업계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등극했다.
새해 들어서도 인기가 식지 않아 품귀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소비시장에서 허니버터칩은 단순한 스낵 이상의 '잇 아이템'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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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정훈 해태제과 대표 |
해태제과는 경쟁사들이 잇달아 유사상품을 내놓으며 허니버터칩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지만 공급물량을 늘리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은 대형마트나 소매점 등에서 새해 들어서도 완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허니버터칩은 출시 이후 월 평균 75억 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그 인기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허니버터칩의 인기는 자매상품 ‘허니통통’의 매출까지 끌어올렸다. 해태제과는 지난달 초 허니버터칩의 물량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허니통통을 출시했다.
이 제품 역시 출시 뒤 한 달 만에 40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해태제과는 허니 시리즈 두 제품만으로 1월 매출 11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감자칩시장은 계절적 수요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다. 외출이 잦은 봄, 가을이 성수기라면 겨울철은 통상 비수기로 간주된다. 하지만 지난해 허니버터칩이 8월 출시 이후 초대박을 내면서 감자칩시장의 기세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는 해태제과의 제품뿐 아니라 경쟁사의 유사상품들까지 덩달아 인기를 끌고 있는 데서 확인된다.
농심은 지난해 12월 ‘수미칩 허니머스타드’를 선보였는데 출시 한 달 만에 360만 봉지가 팔려나가며 86억 원 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수미칩 허니머스타드는 특히 농심의 대대적 물량공세에 힘입어 감자칩시장의 규모를 키운 것으로 평가받는다.
판이 커지면서 감자칩시장의 왕위 자리를 놓고 경쟁업계 간 순위싸움도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또 차별화 전략을 앞세운 신제품 출시도 잇따르고 있다.
웅진식품은 지난달 29일 싱가포르 글로벌 식품기업인 푸드엠파이어의 감자칩 ‘크레이즈바이트’를 국내에 출시했다. 이 감자칩은 기존 감자칩의 짧짤한 맛의 ‘오리지널’과 고소하고 새콤한 맛의 ‘사우어크림앤어니언’의 2종으로 출시됐다.
해태제과는 허니버터칩의 인기에 부응하는 물량을 공급할 수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자칫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챙기는' 결과가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해태제과는 허니버터칩의 인기를 이어가기 위해서 생산라인을 증설하는 것이 급선무지만 아직까지 100억~200억 원이 드는 공장설비 확충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허니버터칩은 생감자칩 전용공장인 원주 문막공장에서 전량 생산하고 있다. 허니통통은 청주공장에서 출시하는데 생감자를 얇게 저며 만들지 않고 감자를 으깬 분말로 만든다.
두 제품의 공정 자체가 달라 설비라인 증설 외에 뾰족한 대안이 없다. 게다가 원주공장은 허니버터칩뿐 아니라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과 계약을 맺고 PB 감자칩도 생산하고 있다.
허니버터칩만 생산하기 위해 공장을 완전가동해도 공급이 모자랄 판이지만 이미 유통업체들과 맺은 생산계약을 지키지 않을 수도 없다.
허니통통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해도 아우의 인기는 아직까지 형을 따라잡기에 역부족이다. 허니통통이 허니버터칩의 아쉬움을 달래주는 상황이 언제까지 유지될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허니버터칩은 출시 반년이 넘으면서 스낵 이상의 ‘잇 아이템’으로 자리를 잡아갈 태세다.
잇 아이템이란 유행을 앞서가는, 누구나 갖고 싶어 하는 소비상품을 가리킨다. 허니버터칩이 SNS 인증샷을 돋보이게 하는 여전히 매력적 아이템인 것도 이 때문이다.
웹툰 ‘연애혁명’의 작가 232는 최근 허니터버칩 인증샷을 블로그에 올렸다. 이는 유명인들이 모델을 자처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허니버터칩 인기가 얼마나 오래 더 이어질지 주목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