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은 2020년 바이오·제약 분야에서 연간 1조8천억 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바이오·제약 분야는 이건희 회장이 2010년 선정한 5대 신수종사업 가운데 하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직접 바이오사업을 핵심사업으로 챙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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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 부회장은 지난해 4월 보아오포럼에서 바이오·의료기기 등 헬스케어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고령화로 세계에서 의료비 지출이 늘어나고 있다”며 “의료비를 낮출 수 있다면 엄청난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주목한 헬스케어사업의 한축인 의료기기 사업은 지지부진한 형편이다.
삼성그룹의 의료기기사업을 담당하는 삼성메디슨은 2010년 매출 3044억 원에서 2013년 매출 2690억 원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이 때문에 바이오사업에 더욱 초점이 맞춰진다. 특히 연간 수백조 원 규모로 급성장하고 있는 바이오의약품사업에 삼성그룹은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 중심에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2년 삼성그룹이 미국 바이오젠 아이덱과 합작해 만든 회사다. 합작회사이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분 85%, 바이오젠 아이덱이 15%를 보유하고 있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다.
삼성그룹은 뒤늦게 바이오시밀러사업에 뛰어들었지만 그룹 차원의 적극적 지원을 뒤에 업고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임상1상과 임상3상을 동시에 진행하는 등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앞당기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 개발에서 이미 업계 선두인 셀트리온과 함께 독보적 2강을 형성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내년부터 바이오시밀러 매출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20년까지 주요 바이오의약품 특허가 만료되기 때문에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의약품을 생산하는 바이오로직스도 생산체제를 갖췄다. 지난해 3만 리터 규모의 공장에서 위탁생산으로 첫 시제품을 선보였고 내년이면 15만 리터 규모의 공장이 완공된다.
총 18만 리터의 생산력으로 업계 1위인 셀트리온(14만 리터)을 제치는 것은 물론이고 세계 3위 수준으로 도약할 것으로 보인다.
◆ 삼성의 바이오사업 드디어 가시적 성과 내나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달 유럽의약국(EMA)에 항체 바이오의약품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 SB4의 판매허가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엔브렐은 관절염 치료약으로 2013년 세계에서 88억 달러 이상 팔렸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의약품 2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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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 |
엔브렐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국내에서 지난해 11월 한화케미칼의 디빅트렐이 임상시험을 마치고 가장 먼저 판매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임상시험 결과를 검토한 뒤 유럽의약국에 바로 심사를 신청했다. 시장선점을 위해서다.
유럽에서 엔브렐 성분특허는 이번 달 만료된다. 유럽의약국에 판매허가를 신청한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는 SB4가 처음이다. 고령화가 진행돼 의료보험 재정난을 겪고 있는 유럽국가들에게 관절염 치료약의 바이오시밀러는 의료비를 낮출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 때문에 삼성바이오에피스는 SB4의 유럽판매에 기대를 많이 걸고 있다. 이미 지난해 10월 10개국에서 오리지널 의약품인 엔브렐과 효능 및 안전성이 동등함을 증명했다.
유럽의약국이 최종판매를 허가하기까지 14개월이 소요된다. 판매승인이 나오면 내년부터 유럽 내에서 SB4를 판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은 “SB4의 유럽의약국 판매허가 신청은 삼성 바이오사업의 성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 바이오시밀러 5종 준비, 국내 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류마티스 치료제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 SB2,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 SB3, 류마티스 치료제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 SB5, 당뇨 치료제 란투스의 바이오시밀러 SB9를 개발하고 있다.
국내 바이오시밀러 개발기업 가운데 가장 품목이 많다. 이 제품들은 임상 최종단계인 임상3상이 진행되고 있어 조만간 SB4처럼 시장출시가 예상된다.
이들 가운데 가장 앞서 있는 것은 SB2와 SB3이다. 오리지널약인 레미케이드와 허셉틴의 특허가 지난해 8월과 7월에 각각 만료된 상황이라 시장진입을 서둘러야 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임상결과에 따라 연내 SB2와 SB3도 유럽의약국에 판매허가를 신청하기로 했다.
고 사장은 “SB2와 SB3의 임상결과가 좋다”며 기대를 나타냈다. 고 사장은 “올해가 국내 바이오산업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20년까지 매출 9천억 원에 영업이익률 4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매출 9천억 원은 삼성그룹이 세운 바이오·제약 부문 매출의 절반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중인 바이오시밀러의 오리지널약 시장은 424억 달러(2013년 기준)에 이른다. 현재 시장에서 2% 점유율을 확보하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바이오의약품 시장이 2010년 1380억 달러에서 2020년 2530억 달러로 두 배 가까운 성장이 예상되고 있어 목표달성을 위해 필요한 점유율은 이보다 낮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미래를 위한 준비도 착실히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500억 원 규모의 바이오시밀러 연구개발 설비를 취득하기로 했다. 취득예정일은 2020년 6월이지만 선제적 투자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 12월 인천 송도에 4만3천㎡의 연구소 부지를 매입하며 사업확장을 예고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