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미국시장에서 지난 1월 최다판매 실적을 달성했다.
하지만 시장점유율은 하락했다.
현대기아차의 미국시장 점유율이 하락하는 것은 호황기의 미국시장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엔저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일본 자동차업체들과 경쟁에서도 밀리는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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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
이같은 현대기아차의 미국시장 점유율 하락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어서 정몽구 회장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4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두 회사의 지난달 미국시장 점유율은 7.2%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7% 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이는 현대기아차가 지난달 미국시장에서 모두 8만2천 대를 판매하며 역대 미국시장 1월 판매기록을 갈아치운 것과 비교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1월 미국시장 판매실적을 업체별로 살펴보면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각 4만4천 대와 3만8천 대를 판매했다.
현대차는 쏘나타를 1만2천 대 판매해 가장 많은 판매실적을 냈다. 하지만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5%포인트 하락해 3.9%를 기록했다.
기아차도 쏘렌토와 쏘울이 각각 7543대와 8142대가 팔려 1월 판매실적을 이끌었다. 그러나 시장점유율은 3.3%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2%포인트 떨어졌다.
현대기아차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7월 8.3%를 기록한 이후 연말까지 하락을 지속해 지난해 12월 7.3%까지 낮아졌다. 두 회사가 거둔 지난해 미국시장 연간 점유율도 2012년 이후 처음으로 8% 밑으로 떨어졌다.
미국시장은 최근 경기회복과 저유가 기조가 겹치면서 소비자들이 대형 SUV와 픽업트럭과 같은 ‘큰 차’를 선호하던 과거 모습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GM과 FCA(피아트크라이슬러)가 다양한 SUV모델과 픽업트럭을 앞세워 지난달 각각 18.3%와 13.8%의 판매 증가율을 보여준 것이 이를 뒷받침 한다.
현대기아차는 이런 시장 흐름에 대응할 만한 대형 차종이 부족하다. 두 회사가 그 동안 미국시장에서 주력 차종으로 삼았던 아반떼와 K5는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이 감소했다.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 업체들이 공격적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것도 현대기아차의 점유율 하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토요타와 닛산은 지난달 각각 15.6%와 15.1%의 판매증가율을 기록하며 미국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혼다도 판매량이 11.5% 늘었다. 이들 일본 업체들은 모두 미국시장에서 업계 평균보다 높은 딜러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기아차가 지난해부터 실시하고 있는 '제값받기' 정책으로 인센티브 폭을 업계평균보다 낮게 유지한 점이 일본 자동차업체들과 경쟁에서 불리한 요소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대기아차의 점유율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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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 픽업트럭 산타크루즈 |
현대차는 지난달 열린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픽업트럭 ‘산타크루즈’를 선보였지만 미국시장 출시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차도 최근 출시한 쏘렌토 외에 당분간 미국시장에 신차를 출시한 계획이 없다.
현대기아차는 ‘제값받기’ 정책도 유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지난해 업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도 미국시장 판매량이 4% 늘어난 데 대한 자신감으로 풀이된다.
회사 내부에서도 “값싼 자동차”의 이미지를 벗고 품질로 승부를 보려면 제값받기 정책을 지속해야 된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아반떼AD 등 신차 출시 이전까지 할부금융이나 리스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기아차는 최근 출시된 쏘렌토가 미국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마케팅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