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준영 기자 junyoung@businesspost.co.kr2018-08-14 15:05:39
확대축소
공유하기
LG전자가 의류관리기시장의 절대강자 자리를 지켜낼 수 있을까.
14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다양한 기능을 갖춘 여러 스타일러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며 삼성전자의 의류관리기시장 진출에 대비하고 있다.
▲ 송대현 LG전자 H&A사업본부장 사장.
LG전자는 8월 말 가전전시회 ‘IFA2018’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최상위 모델 ‘LG스타일러씽큐’를 선보인다.
LG전자의 스타일러는 일반 제품인 ‘스타일러슬림’와 대용량 제품인 ‘스타일러플러스’로 나뉘는데 여기에 스타일러씽큐가 추가됐다.
신제품 스타일러는 음성인식 기능을 탑재해 전원을 켜고 끄거나 작동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스타일러가 세탁기나 에어컨 등 전통 대형 가전에 비해 아직 널리 보급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이르게 인공지능이라는 최고급 기술이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또 LG전자는 올해 5월에 제품 앞면을 전면 거울로 꾸민 ‘스타일러 블랙 틴트 미러’, 지난해 말에는 최대 6벌까지 수납할 수 있는 스타일러플러스를 내놓는 등 꾸준히 소비자들의 요구사항에 부합하는 다양한 상품을 선보여 왔다.
LG전자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스타일러가 주로 옷방에 놓이기 때문에 전면 거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LG전자가 스타일러와 관련해 500여 건이 넘는 국내외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의류관리기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가 5월에 신제품 스타일러 블랙 틴트 미러를 선보인 뒤 3개월 여 만에 신제품 스타일러씽큐를 선보인 것을 두고 삼성전자의 의류관리기 신제품 출시가 임박한 점을 의식했다는 말도 나온다.
LG전자가 스타일러, 건조기, 공기청정기 등 ‘신가전 3인방’ 가운데 최초로 스타일러에 씽큐를 적용한 데다 이를 대대적으로 공개한 시점도 삼성전자의 의류관리기 출시가 예정된 하반기 초입이다.
삼성전자가 의류관리기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는 소문은 약 1년 전부터 공공연한 사실로 업계에 퍼져 있었다.
소문은 사실로 확인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의류처리기기라는 제품으로 특허출원을 받은 데 이어 올해 5월 ‘삼성 의류청정기’라는 상표를 출원하면서 올해 하반기에 의류관리기 신제품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LG전자 관계자는 “그동안 TV, 세탁기, 에어컨 등 다양한 가전제품에 씽큐를 적용해왔다”며 “스타일러 역시 이런 활동에 일환”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LG전자가 하반기부터 스타일러로 해외 공략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을 세워둔 점을 놓고 봐도 삼성전자의 움직임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삼성전자가 국내 의류관리기시장에 진입하면 LG전자의 시장 점유율을 일정 부분 잠식할 수밖에 없는 만큼 LG전자가 국내를 넘어 글로벌 의류관리기시장으로 영역을 서둘러 넓혀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이권 LG전자 H&A(생활가전) 기획관리담당은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의 의류관리기 출시와 관련한 질문에 “하반기부터 스타일러를 비롯한 신가전의 해외 출시를 확대할 것”이라며 “LG전자의 스타일러는 대만, 중국 등 10여 곳 국가에서 이미 인정을 받고 있어 경쟁 우위를 지켜나가면 의류관리기의 대명사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더욱이 삼성전자는 신제품 의류관리기의 해외 출시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탄탄한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한다면 LG전자로서는 쉽지 않은 싸움이 될 수도 있다. LG전자가 해외에서 사업의 고삐를 더욱 죄야할 이유다.
LG전자는 삼성전자의 의류관리기시장 진입을 놓고 공식적으로는 환영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국내 대형 가전회사 가운데 LG전자가 유일하게 국내 의류관리기시장을 이끌고 있었는데 삼성전자가 가세하면 시장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LG전자는 기대한다.
김 기획관리담당은 “경쟁사(삼성전자)가 의류관리기를 출시하는 것은 시장이 확대되는 점에서 큰 기회가 되고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LG전자는 2011년 스타일러를 최초로 내놓으며 선두주자를 지켜온 만큼 경쟁 우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LG전자가 개척한 특정 가전제품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들어 대규모 물량 및 광고 공세를 바탕으로 빠르게 점유율을 차지한 전례가 있다.
올해 초 국내에 프리미엄 공기청정기 ‘큐브’를 내놓을 때도 초반 인기를 끄는 데 성공했고, 3월 국내에 업계 최대 규모로 건조기 신제품을 출시한 뒤 판매량을 무섭게 늘리기도 했다.
LG전자가 스타일러로 ‘독주’를 이어가기 위해서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 제품 성능을 차별화하거나 해외시장을 선점하는 등 삼성전자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 힘을 쏟을 수밖에 없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신혼 부부들 사이에서는 스타일러가 필수 제품으로 자리 잡을 정도로 LG전자가 상당한 시장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패스트팔로워’ 전략으로 의류관리기시장 판도가 바뀌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