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산업용화학시장에서 10년 넘게 가격담합을 한 한화에 500억 원대의 과징금 처분이 내려진 것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2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한화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5년 4월에 한화를 대상으로 담합 시정명령과 과징금 509억 원을 부과했다.
한화는 자진신고를 했다며 과징금을 감면해달라고 신청했지만 공정위는 한화의 담합행위를 증명할 만한 증거를 충분히 확보한 뒤 한화가 자진신고를 한 것이라며 한화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한화는 자진신고를 하고도 제재를 받게 된 것은 부당하다며 공정위 행정명령에 불복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35조에 따르면 공정위가 부당한 공동행위를 놓고 정보를 입수하지 못했거나 부당한 공동행위임을 입증하는 데 필요한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기업이 자진신고를 했을 때 제재와 과징금 수준을 낮출 수 있다.
대법원은 “공정위가 현장조사를 한 후 담합을 증명할 만한 충분한 증거를 확보한 상태에서 한화가 뒤늦게 조사에 협조했다”며 “한화가 관련 사실을 모두 진술하고 증거를 제출하는 등 조사가 끝날 때까지 성실하게 협조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바라봤다.
1심을 맡았던 서울고등법원이 “공정위가 담합행위의 정보를 입수하지 못했거나 필요한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한화가 조사에 협조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는데 대법원도 똑같인 본 것이다.
공정거래와 관련한 소송은 기업활동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공정위 처분의 적법 여부를 신속하게 확정해야 하기 때문에 서울고등법원이 1심을 맡고 대법원이 2심을 맡는 2심제로 운영된다.
공정위는 2012년 4월에 국내 산업용화약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한화와 고려노벨화약이 2001년부터 시장 점유율과 가격 등을 합의한 것으로 보고 두 회사를 현장조사했다.
한화는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지 두 달 만인 2012년 6월에 합의서 초안과 임직원 진술서, 각종 영수증 등 담합행위 증거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하고 제재 처분의 감면을 신청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