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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갤럭시 초창기 때처럼 바이오도 내수에서 성장발판 찾나

이승용 기자 romancer@businesspost.co.kr 2018-08-08 15:4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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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이 바이오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예고했다. 

삼성그룹은 최근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이재용 부회장의 간담회에서도 투자 의지를 보이며 정부에 약가제도 변경을 요청했는데 이를 놓고 향후 바이오사업 전략과 관련해 여러 말이 나온다. 
 
삼성, 갤럭시 초창기 때처럼 바이오도 내수에서 성장발판 찾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의 바이오사업 투자 확대 발표와 맞물려 정부에 약가정책 변경을 요청한 것을 놓고 바이오시밀러 내수시장 확대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그룹은 이날 180조 원의 투자계획을 발표하며 바이오와 인공지능(AI), 5G에 25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바이오를 인공지능(AI), 5G, 반도체 중심의 전장부품과 함께 4대 미래성장 사업으로도 선정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6일 간담회에서도 삼성은 바이오사업에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는 각종 바이오 관련 규제 완화를 건의했고 바이오시밀러 제품 출시에 따른 오리지널 의약품의 약가 강제 인하 규정을 시장 자율결정으로 개정해달라고도 김동연 부총리에게 건의했다.

삼성그룹이 정부에 약가정책 변경 요청을 한 것을 놓고 스마트폰 초창기처럼 ‘내수시장 확보’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려고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가 약가정책을 변경해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의 약가가 비싸지면 바이오시밀러 내수시장이 커지면서 삼성그룹의 바이오 사업이 숨통을 틔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바이오에서 미래를 보고 그동안 바이오사업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지속적으로 피력해왔다.

삼성그룹은 2010년 미래 먹거리 개발을 위해 5대 신수종사업을 발표했는데 당시에도 바이오사업이 포함돼 있었다.

삼성그룹은 2011년 4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설립했고 2012년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자회사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했는데 이 부회장은 직접 이 과정에 깊숙이 관여했다.

삼성그룹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통해 힘을 쏟고 있는 바이오시밀러시장은 최근 급격한 성장기를 맞이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CBR 파마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바이오시밀러시장 규모는 지난해 30조 원에 이르고 2020년에는 약 60조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부터는 초대형 바이오의약품 8개의 특허도 만료되면서 바이오시밀러시장 성장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10년 전 스마트폰 개화기 시절과 지금 바이오시밀러시장이 고성장 진입구간이라는 면에서 비슷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그룹은 바이오 분야 후발주자로서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던 애플의 아이폰을 추격하던 당시 상황과도 유사한 상황에 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후발주자로서 다수의 바이오시밀러를 동시 개발하는 전략으로 추격전을 꾀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의약품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인 ‘베네팔리’로 지난해 유럽에서 4080억 원의 매출을 내는 데 성공했고 올해도 30%가량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베네팔리를 제외하면 다른 바이오시밀러는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1종을 개발하는 데 들어가는 연구개발 자금은 평균 3천억 원에 이르기 때문에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여전히 갈증을 느낄 수밖에 없다.  
 
삼성, 갤럭시 초창기 때처럼 바이오도 내수에서 성장발판 찾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바이오로직스도 3만 리터 규모의 1공장과 15만 리터의 2공장이 가동되고 있고 올해 말부터 18만 리터의 3공장이 가동되지만 현재 3공장 수주가 충분하지 않아 공장 가동률을 놓고 우려가 업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삼성그룹으로서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개발한 제품의 판매가 원활하고 지어놓은 생산시설이 잘 돌아가야 바이오 사업이 정착할 수 있는데 글로벌시장의 벽을 뛰어넘기에는 경쟁력이 아직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고도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삼성그룹이 정부에 약가 인하를 요청한 것을 놓고 스마트폰 초창기 시절 성공했던 내수시장 확대 전략을 바이오분야에서도 다시 쓰려는 것 아니냐고 보는 시선도 있다. 

삼성전자는 10년전 당시 스마트폰사업에서 ‘옴니아’ 등으로 망신을 당했지만 아이폰 국내 진출이 미뤄지면서 스마트폰 내수시장 잠식을 최대한 막을 수 있었다. 당시 이재용 부회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요청해 SK텔레콤의 아이폰 수입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시리즈를 통해 내수시장에서 스마트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고 이는 이후 글로벌시장에서 도약하는 발판이 됐다. 

다만 정부가 삼성그룹의 요청을 받아들여 약가제도를 변경할지는 미지수다. 삼성그룹의 바이오사업을 도와주느라 건강보험 재정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의사들 가운데 복제약의 효능을 완전히 신뢰하지 않거나 오리지널을 선호하는 의사들이 상당수이기 때문에 약가정책을 변경해도 삼성그룹이 기대했던 만큼 바이오시밀러 내수시장이 성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 아이폰 보급이 빠르게 확대되었다면 삼성의 스마트폰사업은 국내에서도 쉽지 않은 싸움을 펼치면서 도태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급성장한다면 삼성그룹의 바이오사업이 글로벌시장에서 자리를 잡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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