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갤럭시S9를 포함한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판매에 고전하고 있지만 스마트폰사업에서 고가 전략을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시장에서 차별화를 위해 삼성전자가 하드웨어 경쟁력을 더 적극적으로 앞세울 수밖에 없는 만큼 고성능 부품 탑재에 따른 원가 상승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일 "삼성전자와 애플이 스마트폰사업에서 운명이 엇갈렸다"며 "애플은 고가 전략의 성공으로 날아오른 반면 삼성전자는 고가 전략에 실패해 가라앉았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지난해 1천 달러 이상의 고가에 출시한 아이폰X 판매 성과로 2분기에 스마트폰 평균 판매가격을 1년 전보다 20% 이상 끌어올리며 역대 최고 매출과 영업이익을 냈다.
반면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M부문의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보다 약 20% 줄었다. 같은 기간에 스마트폰 전체 출하량도 1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전자가 갤럭시S9 시리즈의 높은 가격을 소비자들에 충분히 인정받지 못해 경쟁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업체에 수요를 빼앗기며 실적에 타격을 입었다고 분석했다.
스마트폰 고가 전략이 애플에는 강력한 성장의 기회를, 삼성전자에는 향후 스마트폰사업의 방향에 큰 고민을 안겨주게 된 셈이다.
삼성전자는 이런 상황을 의식해 7월31일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갤럭시노트9 가격을 합리적 수준으로 책정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하지만 국내외 유통망에서 파악한 정보에 따르면 갤럭시노트9 기본 모델은 이전작인 갤럭시노트8과 같은 110만 원 안팎에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 대용량 모델 가격은 약 135만 원으로 삼성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사상 최고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갤럭시노트8보다 커진 화면과 배터리, 늘어난 메모리반도체 용량과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개발비 등 원가를 고려하면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9 출고가격을 낮추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갤럭시S9 시리즈가 비슷한 이유로 가격이 비싸져 판매량이 부진했던 점을 고려하면 갤럭시노트9 역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사 서스쿼해나는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갤럭시노트9 올해 판매량이 지난해 갤럭시노트8 판매성적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500만 대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9뿐 아니라 내년에 출시하는 갤럭시S10 등 새 프리미엄 스마트폰도 가격을 이전작보다 더 높여 내놓을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가 최신 기술과 고성능 부품을 적극적으로 탑재해 하드웨어 경쟁 우위를 지속하는 전략 외에는 사실상 경쟁 스마트폰업체와 차별화할 수 있는 길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BBC를 통해 "삼성전자는 갤럭시S9에 중국 경쟁업체 스마트폰과 큰 차별점을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며 "하드웨어에서 큰 변화를 보여줘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갤럭시S10에는 트리플카메라와 디스플레이 일체형 지문인식기능 등이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시장에서 초기 단계의 기술인 만큼 부품 가격과 연구개발비도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 삼성전자 '갤럭시노트8'에 탑재된 다양한 부품. |
삼성전자는 내년에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접는(폴더블) 스마트폰과 5G 스마트폰 등 차기 제품에서도 고가 전략을 계속 유지할 수밖에 없다.
접는 스마트폰과 5G통신을 지원하는 스마트폰에는 신형 올레드패널과 5G 통신반도체, 고성능 프로세서 등 여러 고가 부품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결국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판매 부진에 가격 인하로 대응하기보다 고가 전략을 유지하며 소비자들에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한 노력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스마트폰 가격 인상을 향한 부정적 반응을 인식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에 꼭 필요한 첨단 기능을 중심으로 성능을 강화해 차별화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시장조사기관 무어인사이트를 인용해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가격을 높인 효과는 애플과 비교할 때 크지 않았지만 브랜드 가치를 위해 필요한 전략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