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어떻게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을까?
김정주 NXC 대표가 엔씨소프트 경영참여를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김택진 대표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넥슨이 보유한 지분을 되사는 방안, 넥슨의 사내이사 파견을 수용하는 방안, 지분매입과 우호지분 확보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방안 등이 오르내린다.
김정주 대표가 다음달 초 한국에 들어오는 데 김택진 대표와 만나 어떤 결론에 도달할지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김택진, 넥슨 보유 엔씨소프트 지분 되살 수 있나
29일 업계에 따르면 김택진 대표가 넥슨의 경영권 참여 결정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놓고 깊이 고민하고 있다.
|
|
|
▲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
김택진 대표 입장에서 엔씨소프트의 지배권을 확고히 다질 수 있는 방법은 넥슨이 보유한 지분을 되사는 것이다.
김택진 대표가 직접 살 수도 있고 엔씨소프트와 나눠 사들일 수도 있다.
문제는 김정주 대표의 태도다. 전문가들은 넥슨 입장에서 볼 때 엔씨소프트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이 만만치 않은 작업인 데다 인수 뒤에도 개발자 이탈 등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에 지분을 팔 수 있다고 내다본다.
넥슨이 볼 때 엔씨소프트 지분을 판 자금으로 다른 유망한 게임업체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격을 놓고 이견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넥슨은 2012년 엔씨소프트 지분을 인수할 당시에 주당 25만 원에 사들였기 때문에 현재 주가가 팔면 손해를 보게 된다.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29일 종가 기준으로 주당 20만8천 원이다.
엔씨소프트는 넥슨이 인수 당시에 엔화로 대금을 지불했는데 현재 환율을 고려하면 오히려 넥슨이 이익을 봤다고 주장한다. 넥슨이 인수 당시보다 129억 엔 정도 이익을 봤다는 것이다.
넥슨이 2012년 6월 13일 김택진 대표 지분 일부를 인수할 때 당시의 환율은 100엔당 1496원 수준이다. 인수에 들어간 8045억 원을 당시 엔화로 환산하면 대략 537억 엔을 들인 셈이다.
그러나 현재 환율은 100엔당 913원 수준이다. 넥슨이 보유한 지분을 경영참여 방침을 밝힌 27일 엔씨소프트 종가로 환산하면 6089억 원이다. 이를 다시 엔화로 환산하면 666억 엔 정도 된다.
◆ 넥슨의 경영권 참여 수용할까
넥슨은 지분정리에 대해 합의하지 못할 경우 그동안 엔씨소프트에 요청한 대로 사내이사 파견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
|
|
▲ 김정주 NXC 대표 |
넥슨의 경영참여 발표가 처음부터 엔씨소프트의 경영에 개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번에 사내이사 파견을 놓고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3월 주주총회에서 이 문제가 다뤄지게 된다. 현재 엔씨소프트 이사진은 7명이다. 이 가운데 임기가 만료되는 사람은 김택진 대표다.
김택진 대표 입장에서 넥슨의 요구를 수용해 주주총회에서 추가로 이사를 선임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 경영권 놓고 정면으로 붙을까
하지만 엔씨소프트가 넥슨이 경영권에 참여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넥슨이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한 만큼 김택진 대표의 교체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김택진 대표는 표대결을 준비해야 한다.
문제는 당장 지분을 매입한다고 해도 3월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의결권 행사 권한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이다.
이렇게 표대결이 벌어진다면 기관투자자를 설득해야 한다.
가장 영향력이 큰 기관투자자는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은 6.88%의 엔씨소프트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지분 2.44%를 보유하는 등 외국계 투자기관이 보유한 지분이 23.7%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택진 대표로서 당장의 표대결이 아니더라도 안정적 지배력을 행사할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게 됐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대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도 15% 정도이고 양측의 지분율이 5% 차이에 불과해 적대적 인수합병이 일어날 가능성이 낮다는 시각도 있다”며 “김정주 NXC대표가 귀국하는 2월 초 두 대표가 만나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오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