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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금융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내세워 금산분리 빗장을 풀고 있다.
금산분리는 한마디로 대기업의 은행소유를 금지하도록 하는 제도다. 금산분리 빗장이 열리면 대기업들도 은행을 소유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삼성증권이 인터넷전문은행에 금산분리를 고수하면 도입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금산분리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증권은 삼성그룹의 핵심 금융계열사다.
삼성그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 관련 작업에 고삐를 죌 것으로 점쳐진다.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금산분리 규제 완화는 이재용 삼성전부 부회장의 승계 시나리오에도 중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 “금산분리 규제 풀어야”
삼성증권은 29일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에 따른 국내 금융의 미래’라는 보고서를 내 정부가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하면서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하지 않으면 도입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는 금산분리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은 시중은행들의 기득권을 유지시키고 해외기업의 경제 속국으로 전락하는 최악의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증권은 정부가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금산분리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증권은 금산분리 빗장을 풀지 않으면 재벌그룹은 물론이고 네이버나 다음카카오 등 IT기업들, 산업자본이 소유한 금융기관들도 인터넷전문은행에 진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은행법에 따르면 산업자본의 은행지분율은 4%로 제한되며 비금융 계열사의 자본총액이 총 자본의 25% 이상이거나 자산총액이 2조원을 초과하는 비금융 주력자는 대주주 자격을 갖지 못하도록 돼 있다.
삼성증권은 이 보고서에서 산업자본의 금융산업 진출의 성공 모델로 일본의 전자회사 소니의 소니뱅크를 들었다.
삼성증권이 보고서에서 명시하지 않았으나 이는 다분히 삼성그룹, 특히 삼성전자를 염두에 둔 주장인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재벌그룹 가운데 은행업을 제외한 증권과 보험, 카드, 자산운용 등 금융계열사를 다수 보유한 곳은 삼성그룹이 사실상 유일하다.
삼성증권의 이 보고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의 미래에 대한 전망을 다룬 것이지만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려는 금융당국의 움직임과 닿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금산분리 규제완화에 대해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최근까지만 해도 “금산분리 문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만큼 국회에 공을 넘긴 상태”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금융위와 금감원은 27일 IT와 금융의 융합인 핀테크 지원정책을 종합한 ‘IT금융융합 지원방안’을 발표하면서 현재 4%로 제한된 산업자본의 은행자본 소유 제한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금산분리 규제완화는 당장 인터넷전문은행에 한정해 수면 위에 떠올랐다. 그러나 향후 금산분리를 아예 철폐하는 쪽으로 ‘봇물’이 터질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속도와 시점이 문제일 뿐이라는 것이다.
◆금산분리, 이재용 승계 시나리오 중요 변수되나
삼성증권이 금산분리 문제를 언급하고 나선 데는 삼성그룹의 승계구도와 맞물린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이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 지분을 0.57%에 보유하는 데 그친다.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삼성전자 지분을 넘겨받으면 승계작업이 간단히 끝날 일이지만 여기에 최소 3~4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상속세를 물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삼성그룹 후계 승계와 관련한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여러 시나리오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어떻게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지가 가장 큰 고민이다.
최근 가장 유력하게 나온 시나리오는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과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제일모직의 합병이다. 제일모직은 삼성생명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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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제윤 금융위원원장 |
삼성전자의 경우 삼성생명이 7.21%로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그 다음이 4.06%를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이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이건희 회장의 지분(3.38%)이나 삼성화재 지분(1.26%)보다 높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합병하면 이 부회장이 이를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시나리오가 나온 배경이다.
또 다른 시나리오는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을 중간지주사로 삼아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도다.
그러나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이 사니리오는 금산분리 규제라는 장벽을 넘어야 하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이 시나리오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시나리오에 비해 뒤로 밀렸다. 그런데 만약 금산분리 규제가 철폐된다면 최상의 시나리오 순위가 단박에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재용, 삼성생명 지분 취득의 함의
이 부회장은 지난해 12월15일 삼성생명 보통주 12만주(0.06%)를 장내매수를 통해 취득했다. 이 부회장은 이를 통해 삼성생명 최대주주인 이건희 회장의 특수관계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 부회장은 주식 취득에 앞서 금융감당국에 승인절차를 밟았다. 금융위는 지난 10월29일 정례회의에서 이 부회장의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소수 지분 취득을 승인했다.
당시 재계 관계자들은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고리인 삼성생명에 발을 걸쳐놓아 삼성그룹 승계의 여러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그러나 금산분리 규제가 완화되거나 철폐되면 이 부회장의 삼성생명 지분 취득은 더 큰 의미를 지닐 수 있다.
물론 금산분리 규제 완화가 어느 정도 수준으로 이뤄지고 완전 철폐로 갈 수 있을지 현재로서 예측하기 어렵다. 금산분리 규제완화나 철폐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야당이나 시민단체의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도 높다.
야당은 이른바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안은 현행 보험업법에서 보험사가 한 회사의 주식에 총 자산의 3% 이상 투자할 수 없도록 하고 총 자산의 기준을 현재 기준으로 산정하도록 하는 내용이 주요 뼈대다. 현재 법은 매입 당시 취득원가(장부가)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상당 부분 처분해야 하고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구조가 무너질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