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대형 LCD 패널의 가파른 가격 하락에 힘입어 장기간 고전하던 TV사업에서 수익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확보할 기회를 맞고 있다.
삼성전자는 8K급 고화질 TV와 마이크로LED TV 등 신제품이 성장에 본격적으로 기여할 때까지 LCDTV의 공격적 마케팅으로 점유율과 실적을 방어하는 전략에 시동을 걸고 있다.
▲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 |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6일 "LCDTV 패널의 가격 하락세가 과거와 다른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내년에는 전체 출하량이 더 늘어 가격이 계속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조사기관 위츠뷰에 따르면 65인치 대형 LCD 패널 평균 가격은 7월 들어 약 250달러 정도로 하락했다. 1년 전 약 440달러에 이르던 가격이 가파른 속도로 떨어졌다.
40인치와 50인치 등 LCDTV에 주로 사용되는 패널 가격이 모두 비슷한 수준의 가격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패널업체들이 생산량을 계속 늘리고 있어 가격이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LCD 패널 업황이 빠르게 침체되면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주요 패널업체들은 올해 LCD사업에서 큰 폭의 영업손실을 보고 있다.
하지만 LCDTV를 생산하는 제조사들은 패널 원가가 낮아지고 LCD 공급 과잉으로 디스플레이업체와 가격 협상에도 상대적으로 우위에 놓이면서 수익성을 확보하기 유리해지고 있다.
글로벌 LCDTV시장에서 약 21%의 점유율로 1위를 지키고 있는 삼성전자가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QLEDTV와 SUHDTV 등 LCD패널 기반의 프리미엄 TV를 주력으로 앞세우고 있는데 LG전자 등 경쟁사의 올레드TV가 LCDTV와 가격 차이를 빠르게 좁히면서 판매 확대에 고전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TV사업 연간 영업이익은 2016년 2조4810억 원에서 지난해 1조4380억 원으로 급감했다. 올해는 영업이익이 1조3천억 원 정도로 더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LCD 패널 가격이 시장의 예상보다 훨씬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삼성전자가 TV 수익성을 반등할 기회가 열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LCD 패널 가격 하락분을 반영해 TV 판매가격을 대폭 낮추는 공격적 마케팅 전략을 펴고 있다.
LG전자와 소니 등 경쟁사의 올레드TV와 가격 격차를 더욱 벌려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7월부터 미국 주요 유통점에서 2700달러의 65인치 QLEDTV 신제품을 1천 달러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모두 36종의 TV가 최대 40% 정도 낮아진 가격에 판매된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TV 판매량 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부터 공격적으로 LCDTV 판매를 늘리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삼성전자의 LCD 기반 QLEDTV와 UHDTV. |
삼성전자는 내년에 본격적 출시를 앞둔 8K급 고화질 TV와 마이크로LED 기반 TV 등 차세대 제품이 판매에 기여할 때까지 기존의 LCD 기반 TV로 실적과 시장 점유율을 최대한 방어해야 한다.
LCD패널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삼성전자의 판매 확대 노력에도 더 힘이 실릴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뿐 아니라 LG디스플레이와 중국 BOE, 차이나스타 등 여러 업체의 대형 LCD 패널을 적극적으로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CD 가격이 떨어지는 시기에 맞춰 수급처를 다변화해 패널 원가 절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LCD 패널 가격 하락으로 TV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하반기부터 상반기와 비교해 판매량도 늘어나며 본격적 성장 기반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