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준영 기자 junyoung@businesspost.co.kr2018-07-25 14:4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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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이 전기차 배터리사업에서 몸집을 키워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25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을 빠른 속도로 늘려 후발주자의 추격을 물리치고 미래 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 김종현 LG화학 신임 전지사업본부장 부사장.
LG화학은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시장의 출하량 순위에서 일본 파나소닉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파나소닉이 생산하는 원통형 배터리를 채택하는 회사는 테슬라가 거의 유일한 만큼 이를 제외하면 LG화학은 범용 전기차 배터리시장의 선두주자다.
중국을 포함한 세계시장에서는 LG화학이 중국 CATL과 비야디의 생산 규모에 못 미치지만 두 회사가 대부분 중국 내수용 배터리를 생산하는 점을 감안하면 글로벌시장에서는 LG화학이 압도적 우위를 차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LG화학은 CATL과 비야디, 삼성SDI 등 경쟁회사들의 추격에 맞서 전기차 배터리시장에서 입지를 지켜내야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CATL과 비야디가 중국 내수시장을 넘어 유럽 등 글로벌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긴장을 늦출 수 없는 탓이다.
현대차투자증권에 따르면 CATL과 비야디,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 규모는 2020년 각각 50기가와트시, 60기가와트시, 30기가와트시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LG화학이 계획대로 생산능력을 단기간에 키운다면 이들을 월등히 앞설 수 있다.
LG화학의 이런 전략은 전날 2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배터리 생산능력을 현재 70기가와트시에서 2020년까지 90기가와트시까지 끌어올리기로 발표한 데서 확인된다. 90기가와트시는 GM의 전기차 기준으로 약 149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앞으로 증가할 배터리 수요를 상당 부분 쓸어담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LG화학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시장에서 유럽, 미국, 한국 등 다양한 지역에서 세계적 완성차회사들을 고객사로 둘 정도로 앞선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실제로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수주잔고는 최근 60조 원에 이르러 지난해 말 기준 42조 원에서 대폭 증가했다.
이에 따라 LG화학은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전기차 배터리사업의 매출도 늘려잡았다. 2020년 매출이 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는데 이는 기존 7조 원에서 1조 원가량 늘어난 수치다.
전기차 배터리사업은 생산능력이 커질수록 규모의 경제 효과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더욱 많은 고객사와 협력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
LG화학은 특히 유럽 전기차 배터리시장에서 경쟁우위를 더욱 높일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에 따르면 2020년 LG화학의 전체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 가운데 절반가량이 유럽에 공급될 것으로 추산된다.
강창범 LG화학 전지부문 경영전략담당 상무는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유럽 고객사로부터 수주한 전기차 배터리가 가장 많다"며 "2020년 LG화학의 유럽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은 전체의 50~60%에 이르러 한국과 미국, 중국을 제치고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경쟁회사들보다 앞선 올해 1분기부터 유럽 폴란드에 위치한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으며 2020년 생산능력을 현재 수준의 3~4배 가량 늘리기로 했다.
CATL이 독일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설립할 계획을 세우는 등 유럽의 문을 적극 두드리고 있지만 LG화학이 폴크스바겐, 다임러, 르노, 아우디 등 다양한 유럽 자동차회사를 고객사를 보유해둔 만큼 배터리 생산 규모를 늘린다면 진입 장벽을 더욱 높일 수 있다.
강동진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이 올해 3월 폴크스바겐의 전기차 프로젝트인 MEB프로젝트에서 절반에 가까운 전기차 배터리 물량을 차지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시장에서 독보적 입지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