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김정주 NXC 대표(왼쪽)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경영에 참여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넥슨은 단일주주로서 엔씨소프트의 최대주주다. 엔씨소프트는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따라 김정주 NXC대표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엔씨소프트를 놓고 경영권 다툼을 벌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택진 대표와 김정주 대표는 국내에서 성공한 벤처 1세대 선두주자인데 서울대 공대 선후배 사이로 20년 동안 교류해 왔다.
넥슨은 27일 엔씨소프트의 지분 보유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참가’로 바꾼다고 밝혔다.
넥슨은 “지난 2년 반 동안 엔씨소프트와 공동개발 등 다양한 협업을 시도했지만 현재 구조로 급변하는 IT업계의 변화속도에 빠르게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더욱 실질적이고 체계적으로 협업하기 위해 지분보유 목적을 바꿨다”고 말했다.
넥슨은 “어려운 글로벌 게임시장 환경 속에서 두 회사가 상호발전을 지속할 수 있도록 투자자로서 적극적 역할을 하려 한다”며 “넥슨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엔씨소프트와 대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넥슨의 이런 입장은 사실상 엔씨소프트의 경영권을 확보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나 마찬가지다. 넥슨은 자체적 게임개발 능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만큼 언제든지 엔씨소프트를 인수하려고 나설 수 있다는 말이 업계에서 나돌았다.
넥슨은 2012년 6월 김택진 대표가 보유한 엔씨소프트의 지분 14.7%를 사들여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넥슨은 지난해 10월에도 엔씨소프트의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 지분율을 15.08%로 늘렸다. 지분율 15%는 기업결합의 최소 요건이다.
넥슨은 당시 엔씨소프트 지분을 인수한 데 대해 단순한 투자목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적대적 인수합병을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엔씨소프트는 넥슨이 약속을 저버리고 지분보유 목적을 일방적으로 변경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10월 단순 투자목적이라고 공시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이를 뒤집었다”며 “넥슨이 전체 시장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렸다”고 비난했다.
엔씨소프트는 게임개발 철학이나 비즈니스 모델 등이 상이한 넥슨이 일방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게 되면 엔씨소프트의 경쟁력이 약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넥슨이 지난 10월 지분을 추가로 취득할 때부터 신뢰관계가 깨졌다”며 “넥슨의 이번 조치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김정주 NXC 대표가 엔씨소프트에 대한 경영권을 확보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나 마찬가지인 만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한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현재 엔씨소프트 지분 9.98%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엔씨소프트가 보유한 자사주 8.93%를 합치면 18.91%로 넥슨의 지분 15.08%보다 많다.
그러나 이 정도의 차이는 넥슨이 추가로 지분을 인수하거나 우호지분을 확보할 경우 얼마든지 뒤집힐 수도 있다.
증권 전문가들은 우호지분을 많이 확보하는 쪽이 승기를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이 보유한 엔씨소프트 지분은 39% 수준이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지분 6.88%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오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