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가계대출 옥죄기에도 불구하고 시증은행들의 가계대출이 늘어나고 있어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다른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을 줄이고 중소기업대출을 늘리는 쪽으로 대출전략을 세우고 있지만 가계대출이 늘어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올해 상반기 가계대출 규모가 102조6760억 원으로 집계됐는데 2017년 상반기보다 3.6% 증가했다.
2016년 상반기에는 가계대출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3% 감소했었는데 2017년 상반기에는 1.1% 증가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증가폭이 더 늘어난 셈이다.
다른 주요 시중은행들을 살펴보면 우리은행은 올해 상반기 가계대출이 1.4% 늘어났고 KB국민은행은 올해 상반기 가계대출이 3% 증가했다.
전통적으로 가계대출에 강점을 보여온 KB국민은행은 지난해부터 가계대출 증가세를 둔화하기 위해 중소기업 위주의 기업대출을 늘리는 쪽으로 사업구조를 바꾸고 있다. 우리은행 역시 자산관리부문을 가계대출 규제에 따른 돌파구로 삼아 올해 상반기 성과를 거뒀다.
KEB하나은행은 가계대출 가운데 문재인 정부 들어 금융당국이 주로 규제하는 ‘주택담보대출’ 규모 역시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KEB하나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은 올해 상반기 2.5%, 2017년 상반기 1.8%, 2016년 상반기 –0.8%로 집계됐다.
우리은행은 올해 상반기 주택담보대출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1.2% 증가했고 KB국민은행은 5% 감소했다.
이 밖에 KEB하나은행은 가계대출 가운데 전세자금대출과 집단대출도 규모가 늘어났다.
정부는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가계대출의 고삐를 옥죄고 있지만 KEB하나은행은 가계대출이 중요한 수익원으로 그 비중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금융위원회의 최근 3년치 통계에 따르면 가계부채는 통상 하반기에 증가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KEB하나은행의 가계대출 규모는 하반기에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가계대출 규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는 점이 KEB하나은행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7일 주요 시중은행 실무자(부장급)까지 불러모아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협조해줄 것을 당부했다. 가계대출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한 자리였지만 업계는 최 위원장이 대출 통제 압박에 적극 나선 것으로 바라봤다.
금융위는 11일 은행이 예대율을 산정할 때 가계대출이 많은 은행에 불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은행업 감독 규정’을 개정하기도 했다.
예대율이란 은행의 예금 잔액 대비 대출금 잔액 비율을 말한다. 예대율은 은행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되는데 금융위는 은행들의 예대율을 100% 이하로 규제하고 있다.
금융위는 개정안을 통해 은행의 예대율 산정에 가계대출의 가중치는 15% 높이고 기업대출은 15% 낮추기로 했다.
은행은 예대율을 100%이하로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가중치가 올라가면 그만큼 가계에 대출할 수 있는 규모가 줄어든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