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신사업인 자동차 전장부품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분야에서 증설 투자와 시장 진출 확대를 서두를 이유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당분간 고객사들의 주문이 일본 경쟁사에 몰릴 가능성이 높고 매출 전망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19일 "자동차분야에서 적층세라믹콘덴서 수요 급증이 예상되지만 공급업체들은 시장 진출 확대에 소극적"이라며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자동차와 전장부품에 사용되는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는 IT기기 등에 사용되는 제품보다 단가와 수익성이 훨씬 높다.
현재 일본 무라타가 기술력에서 앞선 성과로 세계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시장에서 경쟁사와 비교해 압도적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 연구원은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는 2020년부터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 수요가 본격적으로 급증하면서 업황 장기 호황기를 이끌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삼성전기를 포함한 무라타의 적층세라믹콘덴서 경쟁사들은 수요 증가 전망에도 전장용 제품의 증설 투자와 사업 확대에 다소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연구원은 적층세라믹콘덴서사업 특성상 선두업체가 선점하고 있는 분야에 경쟁사가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시장에 진입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특히 자동차에 사용되는 적층세라믹콘덴서는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후발주자로 진출한 업체가 고객사들에 선택을 받아 수익성을 확보할 만한 매출 성장을 단기간에 이뤄내기 쉽지 않다.
이 연구원은 "삼성전기와 같은 기업들의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 공장 증설이 정체되고 있다"며 "시장에 진입하고 싶지만 매출 확대 시점이 불확실해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자동차기업들은 최소한 2020년까지 무라타 이외 업체로 적층세라믹콘덴서 확보망을 다변화할 필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전기차의 생산 규모가 아직은 적고 안정성 문제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증권가에서 삼성전기가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에 공격적 투자로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했다.
하지만 이 연구원은 삼성전기의 시설 투자여력과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사업 진출 확대를 무리하게 서두를 이유도 크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 연구원은 "2020년 이후 전기차 출시 확대로 수요가 급증한다면 자동차기업들이 적층세라믹콘덴서 수급처를 다변화하려 할 것"이라며 "삼성전기 등 공급업체들의 증설도 이 때부터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