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스마트폰사업에서 위기를 겪고 있는 중국과 인도 등을 잇따라 방문하며 현장을 직접 챙기고 있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스마트폰사업에 특별히 신경을 쏟고 책임경영 의지도 보여온 만큼 출장 결과를 바탕으로 대규모 사업전략 변화를 주도하며 위기 극복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2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11일 오후 10시경 인도 출장을 마치고 김포공항으로 귀국했다.
고동진 IM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이 부회장과 동행했다.
이 부회장과 고 사장은 9일 열린 삼성전자 인도 노이다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뒤 이틀을 더 머물렀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정을 보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사업을 총괄하는 고 사장이 이 부회장과 함께 인도에 머문 점을 볼 때 정부 관계자 또는 현지 통신사와 협력을 논의하거나 인도사업 현황을 점검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인도에 증설한 새 공장에서 스마트폰 생산량을 기존의 2배 정도로 늘려 현지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가격 경쟁력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시장조사기관 N1모바일 분석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새 공장을 지은 것은 인도시장에 깊이 신경쓰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면서도 "샤오미와 화웨이, 오포와 같은 중국 스마트폰업체의 급성장에 대응하기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바라보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인도시장 진출 뒤 한 번도 놓친 적이 없던 스마트폰 점유율 1위를 지난해 4분기부터 샤오미에 빼앗겼다. 샤오미뿐 아니라 오포와 화웨이의 점유율 성장세도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삼성전자가 우위를 지켜내려면 인도 공장 증설뿐 아니라 전반적 사업전략에도 변화가 절실하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대책이 인도에서 주로 논의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부회장은 5월 중국 출장길에서도 샤오미와 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업체 경영진을 만나고 샤오미의 판매점을 찾아 제품을 유심히 살펴보는 등 스마트폰사업에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5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떠난 일본 출장에서도 이 부회장은 주로 현지 통신사 경영진을 만났다.
중국은 삼성전자 스마트폰 점유율이 최근 1%대로 떨어질 만큼 큰 위기를 맞은 시장이고 일본은 삼성전자가 애플과 현지 스마트폰업체에 밀려 수요 확보에 고전해온 시장이다.
이 부회장이 석방된 뒤 경영행보가 주로 스마트폰과 연관이 깊은 만큼 출장 결과를 바탕으로 최근 이어지고 있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사업 위기를 극복할 특단의 전략 변화를 주문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등 신사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관련 생태계의 중심 역할을 하는 스마트폰에서 입지를 지켜내는 것이 중요하다.
스마트폰사업의 반등은 이 부회장의 경영능력을 보여주는 중요한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 부회장은 2016년 10월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단종사태로 최악의 위기를 겪을 때 오너일가 최초로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오르며 스마트폰사업 반등을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이후 박근혜 게이트 사태로 이 부회장이 구속되며 경영에 참여하지 못하게 됐고 삼성전자 스마트폰사업은 갤럭시S9의 판매 부진으로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전자전문매체 WCCF테크는 "이 부회장은 경영 복귀 뒤 스마트폰사업에 가장 집중하면서 삼성전자가 출시를 앞둔 갤럭시노트9의 주요 변화들을 직접 지시했다"며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준비가 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6월 구미사업장에서 근무하던 박길재 부사장을 수원 본사로 이동해 글로벌하드웨어개발팀장으로 임명하는 등 소폭의 조직개편과 보직인사를 실시했다. 이 부회장의 스마트폰사업 반등 의지가 점차 반영되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개발부서 특성상 연중 보직인사가 일어나는 일이 종종 있기 때문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