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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한조 외환은행장 <뉴시스> |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협상이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에게 전권을 위임받아 통합협상에 나서고 있는 김한조 외환은행장의 고민도 깊다.
김 행장은 지난해 초 외환은행장에 취임할 때부터 조기통합을 순조롭게 추진하는 역할을 맡았다. 외환은행에서 ‘맏형’의 신망을 받았던 만큼 조기통합에 대한 외환은행의 반발을 무마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던 것이다.
김 행장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통합되면 초대 통합은행장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유력하게 나온다.
하지만 통합협상 과정에서 김 행장이 외환은행 노조로부터 적잖은 반감을 사고 있어 통합은행장 후보로서 부담으로 안게 됐다.
◆ 통합협상 난항, 김한조의 고민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 행장은 하나금융을 대표해 하나-외환은행 통합 관련 본협상을 끌어오고 있지만 외환은행 노조가 하나금융의 통합 예비인가 승인 신청서 제출을 이유로 본협상을 중단하면서 난관에 부딪쳤다.
외환은행 노조의 한 관계자는 “김 행장을 포함한 하나금융이 그동안 말바꾸기를 여러 번 해서 진정성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 행장은 김정태 회장에게 통합협상 전권을 위임받은 뒤 외부활동을 최대한 자제한 채 노조와 협상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협상은 우여곡절 끝에 본협상에 도달했지만 하나금융이 지난 19일 금융위원회에 하나-외환은행 합병 예비인가 승인을 신청하면서 다시 꼬이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는 본협상 진행의 조건으로 통합 승인신청 등 합병절차 진행 중단을 요청했다.
김 행장은 하나금융이 합병 예비인가 승인 신청을 내기 전 “통합절차를 진행하면서도 외환은행 노조와 협상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노조는 김 행장의 이런 말에 진정성이 담겨있지 않다고 본다. 김근용 노조위원장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 예비인가 신청서를 내지 말아달라고 요청하니 김 행장을 포함한 하나금융 협상대표단 5명이 모두 조용해졌다”며 “이 대화에 진정성이 있는가 싶은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외환은행 임직원들도 김 행장에게 섭섭함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외환은행 출신으로 통합에 대해 외환은행의 정서를 반영해 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그렇지 않다고 실망하고 있는 것이다.
◆ 김한조, 통합은행장이 될까
김 행장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통합되면 유력한 초대 통합은행장 후보로 꼽혔다.
두 은행의 화학적 결합을 만들기 위해 통합에 대한 외한은행 직원들의 불안감을 누그러뜨리는 데 적임자였기 때문이다. 외환은행 은행원 출신으로 은행장에 오른 데다 마당발로 평소 외환은행에서 넓은 인맥을 쌓고 있는 것도 통합은행장 후보로 거명되는 데 한몫을 했다.
물론 지금도 두 은행이 통합되면 김 행장이 김정태 회장을 대신해 통합협상에 나선 성과를 인정받아 초대 통합은행장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통합협상이 난항을 겪고 그 과정에서 외환은행 직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는 것은 김 행장에게 큰 부담이다. 김 행장은 김정태 회장의 뜻에 따라 두 은행의 통합을 최대한 앞당겨 추진하려 하는데 이 때문에 외환은행 노조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김 행장은 지난해 9월 조기통합 찬반을 묻는 노조의 임시총회에 참석한 외환은행 직원 898명을 무더기 징계해 노조와 사이가 크게 나빠졌다. 외환은행 노조는 당시 서울지방노동청에 김 행장을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소하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김 행장은 그뒤 징계를 대부분 철회하고 노조와 협상에 직접 나서면서 관계개선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번에 통합 본협상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김 행장이 외환은행을 외면하고 하나금융의 의사만 대변한다는 비판이 내부에서 확산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환은행 노조는 김 행장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법인 초대 은행장이 되려는 생각에 외환은행을 배신했다고 판단한다”며 “두 은행이 통합되면 김 행장이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통합은행장으로서 리더십에 우려가 제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