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의 택배시장 진출을 놓고 기존 업체들의 반발이 높아지고 있다. 농협은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중소업체 인수 검토 등 택배업 진출을 본격적으로 타진하고 있다.
CJ대한통운 등 기존 업체들은 택배업계가 공멸할 것이라며 농협의 택배시장 진출을 총력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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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원병 농협중앙회장 |
2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통합물류협회는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농협의 택배진출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CJ대한통운, 한진택배, 현대로지스틱스 등 15여개 업체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자회사가 44개나 되는 조직인 농협이 택배업계에 진출하면 업계가 공멸할 것이 뻔하다”며 “거대한 자본을 무기로 영세한 중소택배업체들을 흡수하고 그동안 쌓아온 인프라를 아무 대가없이 가져갈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배명순 한국통합물류협회 사무국장은 “농협의 택배진출은 농협이 유통물류업계에 문어발식으로 진출해 기존 인프라를 대가없이 흡수할 것”이라며 “이는 업계가 황폐해지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농협은 "지난해 11월부터 택배사업 진출 타당성을 세부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택배진출과 관련해 확정된 사항은 없다"며 "택배 참여방식, 운영전략, 시너지창출 방안, 전략적 제휴 가능성 등을 검토하고 있으며 수개월 이상 소요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농협은 택배사를 새로 세우는 것보다 신속한 시장 진입과 농업인의 택배불편을 조기에 해소하기 위해 기존 택배사를 인수합병(M&A)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 그동안 택배업 진출을 놓고 저울질해 왔다. 농협은 2007년 대한통운, 2010년 로젠택배 인수를 시도했으나 조건이 맞지 않아 성사되지 않았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들어 상황이 바뀌었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해 8월 “농협의 택배시장 진출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은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택배업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농협은 농수산물의 유통과 농민 편익을 위해 택배시장 진출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농업인, 농민단체, 조합장 등이 농축산물의 택배 안전성 확보를 위해 농협중앙회가 택배 시장에 진출해줄 것을 요구해 왔다는 설명이다.
농협 택배가 이뤄지면 도시지역에 비해 낙후된 농촌지역 택배가 원활해지고 직거래를 통한 농업인의 농축산물 판매확대와 홈쇼핑, 인터넷쇼핑 등 신 유통채널을 통해 판매된 농축산물의 안전 배송 실현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농수산물 택배의 경우 부피가 크고 원거리 배송이 많아 농촌지역 택배단가는 5천원~7500원 수준으로 도시지역 평균 택배단가 2500원의 2~3배 수준에 이르는 점도 농협의 택배 진출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로 꼽힌다.
반면 기존 택배업체들은 주말 농수산물 배송 물량은 전체의 1%도 되지 않을 것이라며 농협이 내세우는 명분이 설득력이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택배업체들은 택배시장이 매년 10% 이상 성장세를 보이면서 택배업체 또한 우후죽순 늘어 이미 경쟁이 과열됐다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택배시장은 포화상태”라며 “농협까지 뛰어들면 택배 1건당 단가가 2200원 이하로 떨어지는 등 제살깍기 경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농협은 기존 택배업계가 우려하는 가격인하 경쟁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업계 관계자들은 농협이 택배사업에 나설 경우 택배업체들 사이에 명암이 엇갈릴 것으로 본다. 택배요금 인하 경쟁이 벌어지면 중소택배업체들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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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승석 CJ대한통운 대표이사 부회장 |
하지만 대기업이 운영하는 택배업체들은 실질적으로 수익성이 악화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 택배시장 규모는 약 3조7천억 원 수준인데 CJ대한통운·현대로지스틱스·한진택배·우체국 등 4대 택배업체가 전체 취급물량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택배업계 시장점유율 1위인 CJ대한통운의 경우 지난해 4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7%가 증가한 1조2천억 원, 영업이익은 234.6% 증가한 527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택배시장이 6~7% 성장하는 가운데 CJ대한통운은 10%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택배부문 영업이익률이 전년과 대비해 2%포인트 높아지면서 영업이익은 39%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