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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제일모직과 삼성SDS에 반영된 ‘이재용 효과’가 사라진 것일까?
제일모직과 삼성SDS 주가가 새해 들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상장 직후 연일 갈아치웠던 신고가 기록이 무색할 정도로 주가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제일모직과 삼성SDS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황태자주’로 불리며 주목받았다. 하지만 최근 주가가 좀체 반등하지 못하면서 대주주 프리미엄이 과도하다는 ‘거품론’이 힘을 얻고 있다.
◆ 제일모직과 삼성SDS, 주가부진 지속
2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제일모직은 전날보다 0.38%(500원) 오른 13만1500원에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시가총액은 17조7525억 원으로 코스피 14위에 해당한다.
삼성SDS는 3.30%(8500원) 내린 24만9천 원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 24만8천 원까지 떨어지며 전날 기록한 52주 신저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시가총액은 19조2670억 원으로 제일모직보다 한 단계 높은 13위를 기록했다.
제일모직과 삼성SDS는 주가에 ‘이재용 프리미엄’이 반영돼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제일모직 지분 23.24%와 삼성SDS 지분 11.25%를 보유하고 있다.
이런 점이 부각되며 두 주식은 지난해 상장 후 급등세를 이어갔다. 종가 기준으로 제일모직은 17만1천 원, 삼성SDS는 42만8천 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제일모직 주가는 지난 5일 하루에만 14.91%나 급락하며 14만 원대까지 밀렸다. 그뒤 반짝 오르기도 했지만 다시 13만 원대로 추락하며 ‘이재용 주식’의 힘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삼성SDS도 비슷한 상황이다. 새해 첫 거래일인 지난 2일 30만 원선을 회복하며 반등에 성공하는 듯 했지만 다시 내림세로 전환했다. 현 주가는 종가기준 최고가 대비 58% 수준이다.
제일모직과 삼성SDS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삼성생명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다시 나오고 있다.
삼성생명은 2010년 공모가 11만 원에 화려하게 상장했지만 이후 곧바로 급락했다. 삼성생명 주가는 상장 뒤 4년 간 공모가를 밑돌다가 지난해 10월 공모가를 회복했다.
◆ 주가 약세에 힘 얻는 ‘지배구조 주식 거품론’
제일모직과 삼성SDS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내 증권사들은 여전히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제일모직과 삼성SDS가 향후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에서 맡게 될 역할을 고려하면 주가 상승여력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제일모직의 최고 목표주가는 현대증권이 제시한 20만 원이다. 삼성SDS의 경우 메리츠종금증권과 BS투자증권, 유안타증권 등이 목표주가로 50만 원 이상을 제시했다.
하지만 주가에 반영된 지배구조 프리미엄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계속 제기된다.
키움증권은 6일 “제일모직의 현 주가수준은 과도하다”며 “흥분을 가라앉히고 냉정히 제일모직의 가치를 평가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KTB투자증권도 8일 제일모직 주가가 고평가됐다고 지적하며 투자의견을 한 단계 낮췄다.
외국계 증권사들도 제일모직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있다. BoA메릴린치는 삼성그룹의 지주사 전환이 기대만큼 빠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며 제일모직의 목표주가를 현 주가보다 낮은 10만5천 원으로 제시했다.
삼성SDS도 고평가 논란에 직면한 상황이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SDS의 목표주가를 26만 원으로 제시했다. 국내 증권사들의 평균 목표주가가 약 45만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비관적 전망치다.
JP모건은 “현재 삼성SDS의 밸류에이션은 비슷한 종목들과 비교할 때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며 “삼성SDS가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서 맡을 역할이 과대평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CLSA 증권은 지난해 11월 목표주가 25만 원을 제시하며 투자자들에게 삼성SDS 주식을 팔 것을 권하기도 했다.
CLSA 증권은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 일가가 지분을 정리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따라 삼성SDS에 반영된 지배구조 관련 프리미엄이 약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