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현대자동차그룹, 한화그룹, 롯데그룹, DB그룹 등 금융그룹 통합감독 대상 대기업들이 중장기적으로는 금융부문과 비금융부문의 완전한 분리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그룹 통합감독을 본격적으로 입법화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입법안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 "금융그룹, 중장기적으로는 비금융 계열사 분리해야"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금융그룹 통합감독법 제정안 토론회'에서 “금융그룹 통합감독을 통해 계열사 가운데 금융사와 비금융사 사이의 부실위험이 이전되지 않도록 관리하되 장기적으로는 금융업과 무관한 비금융 자회사는 금융그룹에서 분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금융그룹 통합감독법 제정안 토론회’에서 금융그룹 통합감독 대상 대기업들이 중장기적으로 금융부문과 비금융부문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위원은 일본 소니를 예로 들며 기업그룹 안에서 금융지주회사를 중간지주회사로 묶어 관리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금융그룹 안에 금융부문과 상업, 제조업 등 비금융부문이 섞여 있는 복합금융그룹은 금융그룹 관점에서 자본적정량 산정이 어렵다”며 “합리적 기간을 정해 단계적으로 금융그룹이 들고 있는 비금융부문 지분을 처분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바라봤다.
이 연구위원은 △비금융부문 지분에 비례해 위험가중치를 증가시키는 방법 △교차보유지분에 영향력 행사를 제한하는 수동적 소유권화(Passive Ownership) 도입 △이사회 구성권 제한 등 여러가지 계열 분리방안을 제시했다.
◆ "동종금융그룹도 감독대상에 포함돼야"
이 연구위원은 금융그룹 통합감독법안은 복합금융그룹에만 적용되지만 앞으로는 동종금융그룹도 감독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바라봤다.
그는 “저축은행그룹 등 동종금융그룹을 감독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은 금융그룹 사이 규제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2010년 부산저축은행 사태는 저축은행들로 이뤄진 동종금융그룹의 자본적정성 문제에서 촉발됐다”고 말했다.
동종금융그룹도 그룹 전체의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는 만큼 자본적정성, 지배주주 및 임원 적격성, 내부거래를 통한 부실위험 전이 등이 관리돼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은 금융그룹 감독을 개별기관, 동종금융그룹, 복합금융그룹 등 세 단계로 나눠 시행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유럽연합은 동종금융그룹을 은행 및 증권 그룹과 보험그룹으로 나눠 은행 및 증권그룹은 모회사에 해당하는 은행이나 지주회사를 통해 연결기준으로 감독하고 보험그룹은 개별 보험회사별로 감독하되 관련 회사들 감독기관과 상호 협력하며 보완한다.
이 연구위원은 “은행 등을 개별감독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목소리가 더 커 동종금융그룹 감독은 배제됐는데 앞으로 포함되도록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 "금융그룹 통합감독 한국적 현실과 국제적 기준 모두 고려해야"
이세훈 금융위원회 금융그룹감독혁신단장은 “금융그룹 통합감독의 도입 목적이 금융그룹 감독을 국제적 기준에 맞추기 위한 것인지 재벌개혁을 포함한 한국적 경제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것인지 논란이 많다”며 “두가지 모두에 맞춰 균형을 잡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금융그룹의 자산건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적 목표라고 봤다.
국내 경제적 현실에 맞게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3~6개월 정도의 이행기간을 두며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 국내외의 구체적 사례들도 충분히 검토해 국내 현실에 맞게 법안을 제정하기로 했다.
이 단장은 국내 금융그룹 통합감독에 제시된 자본 적정성 산정기준과 관련해 “선진국에 사례가 없다고 해서 국제적 기준에 없는 사항은 아니다”라며 “유럽 등 해외 선진국에는 금융부문과 산업부문이 결합하는 사례 자체가 많지 않아 자본 적정성 산정기준이 나타나지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