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HDC아이콘트롤스, 이노션, 현대글로비스, 삼성웰스토리, 한화에너지를 일감 몰아주기 규제회피 의심 회사로 꼽았다.
공정위는 25일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관련 실태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규제 도입 전후 다수의 규제대상 회사들이 규제를 회피한 후 사각지대에서 종전과 동일하게 내부거래를 계속해 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이들이 지분 매각과 비상장회사 상장 등을 통해 규제를 회피했다고 의심하면서 구체적 사례를 들었다.
HDC아이콘트롤스는 총수인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51.1%의 지분을 유지하다가 규제 시행 직후인 2014년 7월 계열사에 지분 6.99%를 처분했다.
이어 2015년 유상증자를 통해 정 회장 지분율이 29.9%까지 감소했고 상장을 통해 규제대상에서 벗어났다.
2013~2017년 HDC아이콘트롤스의 내부거래 규모는 878억 원에서 1725억 원으로 1.9배 늘어났다. 내부거래 비중도 50~70%대로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노션은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일가 지분율 100%로 설립됐는데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총수일가 지분을 매각해 29.9%로 낮췄다. 2015년 7월 상장하면서 규제대상에서 제외됐다.
2013~2017년 내부거래 규모는 1376억 원에서 2407억 원으로 1.7배 증가했다. 내부거래 비중은 40%대를 유지하다가 2015년부터 50%를 넘어섰다.
이노션은 경쟁사보다 영업이익률이 높았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이노션 지분을 매각한 자금으로 현대차 지분을 매입했다.
현대글로비스도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43.4%의 지분을 보유하다가 규제 시행 이후인 2015년 2월 지분율을 29.9%로 낮추면서 규제대상에서 벗어났다.
현대글로비스는 계열사와 내부거래를 통해 성장한 전형적 기업으로 설립 후 단숨에 업계 최상위 수준의 매출액을 달성했다.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주식가치를 높인 후 매각해 확보한 자금으로 현대차 지분을 매입하는 데 활용했다. 향후 현대모비스 등 계열사 주식을 사들일 때도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웰스토리는 1982년 삼성그룹 연수원의 급식 및 식음료 서비스사업에서 시작됐다. 사익편취 규제가 도입되기 직전인 2013년 물적분할을 통한 100% 자회사로 설립돼 규제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내부거래 비중은 설립 이후 꾸준히 36~40% 수준으로 경쟁사 대비 높은 수준이다. 2017년 기준 전체 매출액 1조7300억 원의 3분의1 이상이 계열사와 수의계약을 통해 이뤄졌다.
특히 삼성웰스토리는 당기순이익 대부분을 배당으로 지급하고 있다. 2017년 기준 배당성향은 114.6%로 상장사 평균인 16.2%보다 상당히 높다.
한화S&C의 100% 자회사인 한화에너지는 계열사인 한화케미칼과 내부거래를 통해 기업가치가 올랐다.
한화에너지의 기업가치 상승은 한화S&C의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져 사실상 한화S&C를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효과가 발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