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2018-06-18 16: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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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그룹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일감 몰아주기 해소 요구에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최근 GS아이티엠의 지분 매각을 추진한다고 알려진 것이 일감 몰아주기 해소를 위한 움직임의 전부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GS그룹은 공정위가 요구하는 일감 몰아주기를 해소하기 위해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아 보인다. 여당이 6.13 지방선거에 압승하면서 재벌개혁의 고삐를 더욱 바짝 조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 18일 업계에 따르면 GS그룹은 공정위가 요구하는 일감 몰아주기를 해소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많이 쌓여 있다. GS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가 2017년 9월 발표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대기업집단 가운데 가장 많은 15개 계열사가 규제 대상으로 지목됐다.
GS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가 2017년 9월 발표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대기업집단 가운데 가장 많은 15개 계열사가 규제 대상으로 지목됐다. 이 가운데 13곳은 비상장이다.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계열사마다 오너일가 지분율이 90% 넘는 계열사가 10곳이다. 6곳은 아예 오너일가 지분율이 100%다. 대표적으로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계열사로 GS아이티엠, 보헌개발, 승산 등이 꼽힌다.
더구나 이 계열사들은 김 위원장이 일감 몰아주기 대상 기업으로 적시한 IT, 물류, 부동산 임대 등과 관련한 회사가 대부분이다.
최근 언급된 GS아이티엠은 시스템통합(SI)회사다. 오너일가의 지분율은 2017년 5월 기준으로 80.6%, 내부거래 비중은 78.84%에 이른다. 부동산 임대업회사인 보헌개발도 GS그룹의 일감 몰아주기로 큰 대표적 계열사다. 오너일가 지분율100.0%, 내부거래 비중 97.73%다.
승산은 GS홈쇼핑, GS칼텍스, GS리테일 등의 물류센터 임대, 육상운송을 맡은 회사다. 역시 오너일가 지분율 100.0%에 내부거래 비중 42.67%에 이른다.
대기업집단이 일감 몰아주기를 해소하려면 오너 일가가 계열사의 지분을 처분하거나 거래 규모를 줄여야 한다.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 등에 따르면 공시대상기업집단은 상장법인이라면 지분의 30%, 비상장법인이라면 지분의 2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와 200억 원이 넘는 규모로 계열사 매출의 12% 이상 거래를 할 수 없다.
사실상 오너일가가 계열사의 지분을 처분하는 것이 간단하고 분명하다.
김 위원장도 "일감 몰아주기 논란은 총수 일가가 비주력, 비상장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면서 발생한다"며 "총수 일가가 근본적 해결책을 강구해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공정위의 요구에 GS그룹의 대응이 늦어지는 이유로 GS그룹의 특별한 사정이 가장 큰 이유라고 바라본다.
GS그룹은 창업주로부터 4세까지 내려오면서 지분을 보유한 오너일가 수가 많다. 지주사인 GS는 동일인만 48명이다. GS아이티엠도 동일인이 17명이다.
LG그룹으로부터 계열 분리를 하면서 GS그룹이 일감 몰아주기 대상 계열사가 많아진 점도 문제 해결을 복잡하게 만든 요인 가운데 하나다.
GS그룹 오너일가는 LG그룹으로부터 분리되기 전부터 각자 회사를 만들어 사업을 해왔는데 그룹 분리로 총수가 허 회장으로 바뀌고 동일인 집단으로 묶이면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GS그룹이 가장 많은 계열사가 일감 몰아주기 대상으로 지정됐지만 그룹 전체 매출에서 내부거래 비중이 5.1%로 크지 않다. 내부거래 비중은 SK그룹이 23.1%, 현대자동차가 17.8%, 엘지가 15.2%, 롯데가 14.8% 등이다.
하지만 GS그룹에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아 보인다. 정부의 압박 수위가 더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둔 다음날인 14일 취임 1주년을 맞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재벌 기업들이 일감 몰아주기 해소를 위해 적극 나서줄 것을 거듭 요청했다.
김 위원장은 SI, 물류, 부동산 관리, 광고 등 핵심사업과 관계없는 계열사를 콕 찍어 "근본적 해결책을 강구할 것을 다시 한번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혐의가 있는 사례에 대해서는 순차적으로 조사, 제재할 방침임을 분명히 밝힌다"고도 했다.
GS그룹은 현재까지 일감 몰아주기 해소를 위해 계열사를 합병하거나 오너일가가 지분을 매각하는 등의 움직임이 없었다.
다른 대기업들은 공정위의 요구에 구체적 움직임을 보였다. 한화는 한화S&C와 한화시스템을 합병했고 효성은 지주사체제로 전환했다.
GS 관계자는 "GS는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계열사의 거래처를 다변화하거나 청산하는 등으로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기 위해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