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12월20일 경기 평택 타워크레인 사고현장에서 과학수사대의 현장검증이 이뤄지고 있다. <뉴시스> |
타워크레인 사고를 막기 위해 정부가 잇따라 안전 관리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사고를 방지하기에는 불충분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도급구조 개선과 현장의 인식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17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가 크레인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제도적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나 크레인 작업 현장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15일에는 경남 김해 주촌면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20층 높이 타워크레인의 붐대가 꺾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강풍에 의해 크레인 붐대가 꺾인 것으로 보이는데 다행히 붐대는 바닥으로 추락하지 않았다. 현장 주변에 7명의 작업자가 있었으나 인명 피해는 없었다.
4월29일에도 서울 중구 무학동 공사장에서 35미터 높이의 타워크레인 붐대가 휘어져 무너지는 사고가 났다. 사고 당시 노동자들은 지하에서 작업하고 있어 다친 사람은 나오지 않았다.
최근 사고에서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이미 이번 정부 들어 타워크레인 사고로 적지 않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해 5월 25명의 사상자를 낸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타워크레인 사고를 시작으로 5월 남양주 현대엔지니어링 아파트 공사장, 10월 의정부 LH 아파트 공사장, 12월 용인 대림종합건설 물류센터 공사장, 12월 평택 GS건설 아파트 공사장 등에서 사상자가 나왔다.
정부는 관련 부처를 중심으로 타워크레인 사고를 막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데 힘을 쏟았다. 지난해 11월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 합동으로 ‘타워크레인 중대 재해 예방대책’을 수립하고 노후 크레인 안전 점검 등을 진행했다.
제도 개선에도 적극적이다. 행정안전부는 10일 타워크레인 조종사 면허 정기 적성검사를 재도입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안전 기준 강화방안을 마련했다.
타워크레인 등 건설기계 조종사 면허의 정기 적성검사 제도는 2000년 폐지됐다. 이를 되살려 정기적으로 적성검사를 받아야만 면허를 갱신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외에 타워크레인 부품 검사 기준 강화, 규격 통일, 규정 정비 등이 추진된다.
국토교통부는 4월17일 발주자가 타워크레인 임대계약이 적절한지 사전에 확인하고 승인하도록 하는 내용의 타워크레인 안전 관리 추가 대책을 발표했다. 연2회 타워크레인 일제 점검을 실시하는 내용도 담았다.
고용노동부도 3월29일부터 타워크레인 원청의 안전 책임을 강화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을 시행하고 있다. 타워크레인을 빌린 원청 건설사가 타워크레인 작업 영상을 기록해 보존하도록 하고 사용중 충돌 방지 조치를 의무화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적 장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타워크레인사업자협동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사망자가 발생한 크레인 사고 대부분은 설치와 해체 과정에서 매뉴얼과 안전 관리 수칙을 지키지 않은 인재로 확인됐다.
사상 최악의 피해를 낳았던 삼성중공업 타워크레인 사고 역시 안전 관리자의 작업현장 이탈과 신호수의 부주의 등 현장 안전수칙이 지켜지지 않았다.
업계의 관계자는 “건설현장에서 공기를 맞추려고 서두르다 보면 안전조치는 등한시되기 일쑤”라며 “한 분야에서 20~30년씩 일한 현장 근로자들의 안전 불감증도 쉽게 사라지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구조적 원인이 문제라는 의견도 많다. 타워크레인 용역 구조가 임대 따로, 설치·해체 따로, 사후 서비스 따로 다단계로 돼 있어 책임을 묻기 어렵고 작업자에게만 과실이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박종국 경실련 시민안전감시위원회 위원장은 4월13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타워크레인을 (건설사가) 직접 보유하도록 해 체계적 유지 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직고용을 통한 기능인력의 교육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타워크레인 도급구조를 개선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원청이 타워크레인의 유해·위험 방지 조치를 하도록 하고 타워크레인 설치·해체업의 등록을 의무화했다.
개정안은 2월9일부터 3월21일까지 입법예고를 마치고 공청회 등을 통해 여론을 수렴하고 있다. 하지만 개정안의 내용에 노동계와 경영계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입법에 난항을 겪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