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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사업재편 작업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한화그룹은 선택과 집중을 위해 팔 것은 팔고 잘 하는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풀어야 할 난제들도 많다. 김 회장이 특유의 뚝심으로 이를 돌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한화폴리드리머 2개 사업부 매각
15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석유화학 계열사인 한화폴리드리머의 일부 사업부를 희성그룹에 매각했다. 이는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한화그룹 사업재편 작업의 하나로 풀이된다.
한화그룹이 희성그룹에 매각한 사업은 포장재 전문기업인 한화폴리드리머의 필름시트 사업부와 코팅막재 사업부다. 한화그룹은 매각 대상 사업부를 물적 분할해 회사를 신설한 뒤 매각한다.
신설법인은 희성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희성전자가 주식 100%를 취득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인수작업은 약 2달 이후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희성그룹은 구본무 LG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회장이 이끄는 LG그룹의 방계기업이다. 이번 거래 규모는 4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희성그룹은 인수대상 사업부 직원에 대해 고용을 보장하기로 했다.
한화폴리드리머는 2003년 설립됐으며 한화첨단소재(옛 한화L&C) 주식 99.98%를 보유한 계열사다. 한화폴리드리머는 2013년 매출 1309억 원과 영업이익 29억 원을 냈다. 매각되는 2개 사업부는 800억 원 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2개 사업부 매각이 완료되면 한화폴리드리머는 컴파운드사업만 영위하게 된다. 컴파운드사업은 플라스틱에 화학 첨가물을 섞어 자동차나 전자부품의 소재를 만드는 것이다. 향후 이 사업도 한화케미칼에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은 한화폴리드리머 사업부 매각으로 쥐는 돈을 석유화학사업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쓰려고 한다. 또 한화첨단소재의 소재부문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일부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들은 한화그룹이 이번 매각으로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사업재편 작업이 사실상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말 삼성그룹으로부터 방산과 화학계열사 4곳을 인수하기로 했다. 한화그룹은 첨단소재의 건자재사업과 제약회사 한화드림파마도 매각했다.
◆ 사업재편에 넘어야 할 과제들
한화그룹은 앞으로 석유화학과 태양광, 첨단소재 등 핵심사업에 역량을 쏟으려고 한다.
이번 매각은 지난해 삼성그룹과 빅딜에 비해 거래규모는 작지만 한화그룹의 향후 사업방향에 상징성을 부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매각작업 진척속도가 빠른 점도 비상한 관심을 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12월 말 희성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뒤 2주 만에 계약을 체결하는 신속함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들은 김 회장의 복귀가 없었다면 매각작업 속도가 이처럼 빠를 수 없었을 것이라고 본다.
한화그룹의 사업구조 재편작업에서 남은 일은 편의점 계열사인 ‘씨스페이스’의 처리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12월부터 홈플러스와 씨스페이스 점포 매각을 놓고 협상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은 한화갤러리아나 한화생명 등의 일부 지분을 매각할 것이라는 말이 돌았지만 이를 모두 부인했다.
한화그룹의 사업구조 재편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으나 난제들은 여전히 많다.
특히 삼성그룹 4개 계열사를 인수하기로 한 뒤 맞은 후폭풍은 아직 가라앉지 않고 있다.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등 4개 계열사 직원들의 매각 반대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들 회사 직원들은 매각결정에 반대해 연대투쟁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14일에 이어 15일에도 각사 공장 정문 앞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집회를 열었다.
한화그룹은 인수하기로 한 계열사 직원들의 매각반대를 잠재울 뾰족한 카드를 내밀지 못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인수 무산은 없다고 자신하지만 매각저지 연대투쟁이 본격화해 한화그룹의 인수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한화그룹이 삼성그룹 화학 계열사를 인수에 따른 독과점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공정위는 한화그룹이 삼성그룹의 화학계열사를 인수할 경우 에틸렌 비닐 아세테이트 점유율이 50%를 초과하는 등 일부품목이 공정거래법상 독과점 판단기준을 위반하는 것인지를 놓고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