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에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재준 이병기 이병호 전 국정원장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는 15일 뇌물공여와 국고손실 등 혐의로 기소된 남재준 전 국정원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호송차로 이동 중인 남재준(왼쪽부터), 이병기, 이병호 전 국정원장. <뉴시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이병기 전 원장과 이병호 전 원장에게는 각각 징역 3년6개월씩을 선고했다. 이병호 전 원장에게는 자격정지 2년도 함께 선고됐다.
재판부는 전 국정원장들의 특활비 상납 행위가 국고손실에 해당하지만 뇌물공여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박 전 대통령의 요구나 지시에 따라 특활비를 지급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하급자가 상급자에 자발적으로 금품을 제공하는 통상적 뇌물사건과 다르다”며 “검찰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들이 지급한 특활비가 대통령 직무와 관련한 대가로 지급된 것이라는 혐의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충분히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대통령의 지휘, 감독을 받아 업무를 수행하는 피고인들로서는 특활비의 지급이나 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봤다.
다만 재판부는 “특활비는 국내외 보안정보 수집 등으로 사용 목적이 정해진 금원으로 봐야 한다”며 “대통령에게 특활비를 매달 지급했던 것은 이런 목적이나 범위 자체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위법 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전 국정원장들이 박 전 대통령에게 지급한 특활비를 뇌물로 볼 수는 없지만 특활비를 지급한 행위 자체는 국정원 예산의 횡령이므로 국고손실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이전 정부에서부터 청와대에 특활비를 전달하는 잘못된 관행이 있어서 위법성 인식이 크지 않았고 대통령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특활비를 전달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1심 판결에 반발했다.
검찰은 "인사권자, 감독권자인 대통령에게 잘 보이기 위한 목적으로 국정원장들이 특활비를 지급한 이 사건에서 직무 관련성은 당연히 인정되는 것"이라며 "뇌물의 자금원이 나랏돈이라는 사정은 죄질을 더 나쁘게 하는 것일 뿐이다"고 주장했다.
남재준 이병기 이병호 전 국정원장은 박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3년 5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총 36억5천만 원을 박 전 대통령에게 상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