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1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대기업집단 총수일가가 비주력 및 비핵심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면 안 된다면서 시스템통합(SI), 물류, 부동산 관리, 광고계열사를 꼽았다.
김 위원장이 공정위 조사까지 예고하고 있는 만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등 김 위원장이 꼽은 기업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총수일가들은 이를 처분하라는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10대그룹 가운데 총수일가가 비주력 및 비핵심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운 기업은 많지 않다.
대부분 대기업집단이 김상조 위원장이 언급한 SI, 물류, 부동산 관리, 광고 등의 분야에서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런 계열사에 총수일가도 지분일 꽤 들고 있다.
대기업 총수의 비핵심 계열사 지분 보유와 관련해 가장 대표적인 곳이 삼성SDS다. 삼성SDS는 SI와 물류사업을 하는 계열사로 정확히 김 위원장이 말하는 사례에 해당한다.
일감 몰아주기 기준에는 미치지 않지만 이재용 부회장이 9.2%, 이건희 회장이 0.01%,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이 각각 3.9%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공교롭게도 김 위원장이 말한 네 종류의 계열사 지분을 다 들고 있다.
현대차그룹 물류계열사로서 일찍부터 일감 몰아주기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현대글로비스 지분 23.29%는 물론, SI 계열사인 현대오토에버 지분 19.46%, 광고 계열사인 이노션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2014년 부동산 관리업을 하고 있던 현대엠코와 합병한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2%도 들고 있다.
SK그룹은 김 위원장이 지적한 총수일가의 SI, 물류, 부동산 관리, 광고 등의 계열사의 지분 보유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그룹 내 관련 계열사를 따로 두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SI 계열사인 SKC&C의 일감 몰아주기가 논란의 대상이었으나 2015년 지주회사 SK와 합병하면서 문제의 소지가 사라졌다.
다만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SKD&D는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이 지분 24%들 들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상조 위원장이 언급한 다른 방식인 계열 분리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은 SI 계열사로 LGCNS가 있지만 구본무 전 LG 회장 지분 1.12%, 구본준 LG 부회장 지분 0.28%로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LG그룹에서 주목받는 회사는 물류업을 하고 있는 판토스다. 판토스는 2015년 8월 LG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는데 LG그룹 후계자인 구광모 LG전자 상무가 지분 7.50%를 보유하고 있다.
구 상모의 동생인 구연경 구연수씨, 구본준 부회장의 자녀 구형모 LG 과장과 구연제씨 등의 지분을 모두 합하면 19.90%에 이른다.
롯데그룹은 비주력 계열사로 S I계열사인 롯데정보통신, 광고 계열사인 대홍기획, 물류 계열사인 롯데로지스틱스 등이 있다. 이 가운데 대홍기획의, 지분을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6.24% 들고 있다.
신 이사장과 세 딸은 부동산 관리회사인 애스앤에스인터내셔날 지분 100%도 보유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롯데역사 지분 8.73%를 소유하고 있다.
GS그룹의 SI 계열사인 GSITM은 방계 등을 모두 포함하면 사실상 오너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허서홍 GS에너지 상무(22.74%), 허윤홍 GS건설 전무(8.35%), 허준홍 GS칼텍스 전무(7.08%) 등이 지분을 나눠 들고 있다.
GS그룹은 GSITM의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압력에 대응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SI 계열사 지분을 처분한 그룹도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8월 한화S&C의 SI사업부를 물적분할하고 지분 44.64%를 사모펀드에 매각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여전히 SI부문을 떼내고 이름을 변경한 에이치솔루션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치솔루션은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등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전량을 보유하고 있다. 에이치솔루션은 분할법인인 한화S&C 지분 55.36%를 소유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두산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두산건설 등 주력계열사를 제외하면 총수 일가 지분이 없다. 오리콤과 한컴 등 광고 계열사와 두타몰, 디비씨 등 부동산 관리회사도 마찬가지다.
신세계그룹은 신세계I&C가 걸린다. SI 계열사인 신세계I&C에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지분 4.31%, 정재은 신세계그룹 명예회장 지분 2.33%가 있다.
김상조 위원장은 15일 MBC라디오 이범의 시선집중에서 “총수 일가의 비상장 및 비주력 계열사 지분에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제시하지 못하면 처분해주길 바란다”며 “그러지 않으면 공정위가 현행법 틀 내에서 신중하고 합리적으로 조사 제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총수 일가의 비상장 비주력 계열사 지분 처분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5월10일 10대그룹 전문경영인 간담회에서 기업인들에게 직접 의사를 전달했고 6월14일 취임 1년 기자간담회에서도 거듭 언급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