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메모리반도체기업을 상대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실제 공급가격 인하를 이끌어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의 D램 공장 증설 의지가 꺾이면 중장기적 업황에 오히려 긍정적 효과를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박성욱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 |
15일 시장분석지 마켓리얼리스트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는 메모리반도체기업들의 실적 전망을 놓고 부정적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 당국은 글로벌 D램시장에서 95%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반도체 가격을 담합했다는 혐의를 들어 6월 초부터 본격적 조사에 들어갔다.
마켓리얼리스트는 "D램업체들은 최대 수요처인 중국의 반도체 가격 압박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대규모 벌금이나 실제 가격 인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당국은 2015년 미국 퀄컴이 통신반도체시장을 독점해 부당한 이득을 챙겼다며 약 1조 원 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중국업체에서 받는 반도체 가격과 기술 사용료를 낮추도록 한 적이 있다.
메모리반도체기업들이 이번 조사 결과로 비슷한 조치를 받아 실적에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중국 30개 이상의 스마트폰업체 연합체인 모바일차이나연합은 최근 중국 글로벌타임스를 통해 "우리는 퀄컴 제재 이후 외국업체의 부당한 조치에 맞설 수 있다는 점을 배웠다"며 "해외 메모리반도체기업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는 것도 이런 성과"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모두 중국의 조사에 협조하겠다는 점 이외에 밝힐 수 있는 것이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일방적 조치에도 사실상 손을 쓰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의 반도체 가격 압박이 오히려 D램업체들의 생산공장 증설 의지를 꺾어 중장기적 업황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2년 가까이 이어진 D램 가격 상승으로 출하량을 늘릴수록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호황기를 맞았다. 자연히 증설 투자 규모도 계속 확대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기존에 낸드플래시 생산을 계획했던 평택 반도체공장 일부에 D램 생산 설비를 들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경기 이천과 중국의 D램 공장 증설 투자를 동시에 벌이며 투자 금액도 지난해보다 20% 이상 늘릴 계획을 내놓았다.
하지만 D램 수요보다 공급량이 더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가 나타나며 전 세계적으로 이어졌던 D램 호황기가 막을 내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 D램업체들의 출하량이 늘어나며 공급 부족 완화로 가격 상승세가 주춤할 것"이라며 "내년까지 업황이 계속 나빠지며 반도체기업들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당국의 규제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해 반도체기업들이 증설 투자 계획에 소극적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국에 공급하는 반도체 가격이 낮아지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공격적으로 시설 투자를 벌일 이유가 줄어든다.
중장기적으로는 D램업황이 침체되는 속도를 늦추거나 수위를 완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는 셈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중국 당국의 조사가 언제까지 진행될 지와 결과를 모두 예측하기 쉽지 않다"며 "사업전략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언급하기는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