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부원장보 절반 이상을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 원장은 이번 인사를 기점으로 금감원 조직개편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내부에서 진 원장이 금융위원회의 영향 아래 이번 인사를 진행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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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르면 이번주 안에 부원장보 인사 대상자를 정해 청와대에 보고한다. 금감원 부원장보는 공공기관 임원으로 금감원장이 인사를 추천하면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검증을 거쳐 금융위원회의 제청을 받아야 최종적으로 임명된다.
전체 부원장보 9명 가운데 최대 6명까지 교체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부원장보에서 부원장으로 승진한 박세춘 이동엽 부원장을 제외해도 4명이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
오순명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을 비롯한 부원장보 4명이 1959년생인 진 원장보다 나이가 많은 것도 변수다. 진 원장은 지난해 11월 취임한 이후 부원장 3명을 모두 교체했다. 새로 임명된 서태종 수석부원장 등 3명은 모두 진 원장보다 어리거나 비슷한 또래의 인사다.
진 원장은 새로운 부원장보로 국장급 인사들의 승진해 임명할 것으로 전해졌다. 양현근 기획조정국장 등이 후보군으로 거명된다. 금감원은 부원장보 인사가 끝나는 대로 국장과 팀장급 인사를 실시해 오는 3월까지 마무리한다.
진 원장은 부원장보 인사 물갈이를 시작으로 금감원 조직 전체에 변화를 주려는 것으로 보인다. 최수현 전 금감원장이 취임한 뒤에도 금감원 전체 임원 가운데 70%를 교체하면서 친정체제를 구축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KB금융사태를 겪으면서 금감원 내부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며 “진 원장이 인사를 마무리한 뒤 조직개편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안에서 진 원장이 금융위의 뜻에 따라 부원장보 인사를 추진한다는 말도 나온다. 진 원장은 금융위 자본시장국장과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으로 오랫동안 일했다. 진 원장이 임명될 때부터 금감원의 독립성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좋은 리더십 평가를 받았던 임원들도 퇴임하라는 압박을 받는 것으로 안다”며 “금융소비자보호원 분리 등으로 금융위와 부딪쳤던 임원들이 퇴진 대상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 부원장보 가운데 상당수는 임기 3년에서 절반 정도를 남겨둔 상황이다.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지난해 말부터 시행되면서 고위공직자는 퇴임 뒤 3년간 유관기관이나 금융회사에 재취업할 수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임원들의 재취업이 힘들어지고 퇴임 뒤 주로 갔던 금융 관련 협회 부회장직도 낙하산 인사 논란으로 폐지를 앞두고 있다”며 “임기 3년만큼은 가급적 보장해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