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내놓은 스마트폰 렌탈 서비스가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데 한계를 보일 수 있다.
1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의 렌탈서비스를 활용하는 것이 스마트폰을 직접 구입하는 것보다 저렴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SK텔레콤은 1일 스마트폰 렌탈·케어 서비스 ‘T렌탈’을 출시했다. 최신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갤럭시S9, 아이폰8, 아이폰X 시리즈를 빌려 쓸 수 있도록 해 단말기 할부 부담을 최대한 줄여주겠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은 갤럭시S9, 아이폰8, 아이폰X를 24개월 동안 빌려 쓰는 것이 스마트폰을 할부로 구매할 때의 월 할부금보다 각각 7500원, 1만 원, 1만2500원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비자가 스마트폰을 구입해 사용한 뒤 24개월 뒤에 중고폰을 직접 처분하는 것이 렌탈보다 더 유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SK텔레콤은 출고가 136만700원인 아이폰X의 월 렌탈가격을 4만7746원으로 설정했다. 24개월 뒤 아이폰X의 중고폰 가격을 21만 원 정도로 책정한 셈이다. 출고가 94만6천 원의 아이폰8은 24개월 뒤 중고폰 가격이 18만 원으로 책정됐다.
아이폰 시리즈는 일반적으로 중고폰시장에서 이보다 더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
국내 중고폰 거래량 1위 업체인 ‘폰사요몰’에서는 출시된 지 2년 가까이 된 아이폰7의 중고폰 가격이 40만 원 이상에 형성돼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아이폰X와 아이폰8도 2년 뒤에 40만 원 이상에 거래될 가능성이 높다.
중고매매가 익숙한 고객은 스마트폰을 사서 쓴 뒤 중고시장에 파는 것이 렌탈보다 20만 원 이상 이득을 볼 수 있는 셈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얼리어답터(제품이 출시될 때 가장 먼저 구입해 주위에 제품의 정보를 알려주는 소비자)나 통신시장에 이해도가 있는 소비자는 렌탈보다는 구매가 더 이득일 수 있다"면서 "이번 렌탈 서비스는 평범한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자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렌탈한 스마트폰을 잃어버리거나 파손되면 소비자가 수리값, 기기값을 물어야 하는 부담도 있다.
SK텔레콤은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렌탈보험 서비스인 'T올케어'도 같이 선보였다. 월 부담금이 5400원부터 8200원까지 있는데 스마트폰을 빌리고 보험까지 가입하면 사실상 스마트폰을 구입해 할부금을 내는 것과 차이가 없다.
게다가 SK텔레콤의 렌탈 서비스는 휴대폰 ‘업그레이드’가 불가능하다는 단점도 있다.
일반적으로 렌탈 서비스는 일정 계약 기간을 채우면 새로운 기기로 교체해주는 프로그램이 있다. 2년 전부터 휴대폰 리스사업을 하고 있는 호주 통신사 ‘텔스트라’는 렌탈기간이 18개월만 지나면 추가적 비용 없이 최신 스마트폰 기기로 바꿔주는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SK텔레콤은 렌탈 약정기간 24개월을 다 채운 뒤 최신 스마트폰을 다시 렌탈하도록 하고 있다. 렌탈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는 약정기간에 마음대로 스마트폰을 바꿔 쓸 수 없는 불편함을 겪어야 하는 것이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의 렌탈 서비스는 외국과 비교해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며 “다만 아직 시작하는 단계인 만큼 서비스 개선을 통해 더 많을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