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서 열린 '한국은행 창립 68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말하고 있다. <뉴시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통화 완화정책을 이어갈 뜻을 보였다. 다만 향후 감안할 요소로 금융 불균형을 꼽아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총재는 12일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서 열린 ‘한국은행 창립 68주년 기념식’에서 “수요 측면에서 물가의 상승 압력이 아직 크지 않아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과정에서 금융 불균형이 커질 수 있고 더욱 긴 안목에서 경기 변동에 대응하기 위한 통화정책의 운용여력을 늘릴 필요가 있는 점도 함께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5월 기준으로 8개월 동안 1%대에 머무르고 있어 통화 완화정책을 이어가되 중장기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릴 필요는 있다고 바라본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앞으로 성장과 물가의 흐름, 주요 국가의 통화정책 변화와 그에 따른 금융안정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면서 완화 정도를 추가로 조정하는 여부를 신중히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2019년부터 적용되는 물가안정목표를 하반기부터 점검할 계획을 내놓았다.
그는 “물가안정목표 설정과 운용 방식은 중앙은행의 신뢰성과 경제 주체의 기대물가상승률 안착 여부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며 “기조적 물가 흐름을 살피고 성장과 물가의 관계가 구조적으로 변화하는 여부를 면밀히 분석해 물가목표와 점검 주기를 적정하게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취약 신흥국가의 금융시장 불안을 놓고도 “우리나라는 대외 건전성이 양호해 금융 불안이 전이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도 “주요 국가의 통화정책 정상화와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해외 리스크요인들이 함께 현재화되면 파급 효과의 향방을 정확히 가늠할 수 없다”고 바라봤다.
핀테크 등의 디지털금융 발전에 따른 새로운 형태의 금융안정 리스크와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여건의 변화 등을 더욱 면밀하게 분석할 계획을 세웠다.
남북관계 변화에 발맞춰 북한 경제를 연구한 결과를 토대로 중앙은행의 새 역할도 미리 준비하기로 했다.
이 총재는 한국 경제가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보면서도 고용과 가계부채 등의 구조 개편도 서둘러야 한다는 태도를 지켰다.
경제가 자본이나 기술집약적 산업 등 특정 부문에 크게 의존해 성장하고 있는 만큼 외부 충격에 약할 수 있고 가계부채도 소득과 비교해 지나치게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우리 경제에는 성장, 고용, 소득, 소비의 선순환을 제약하는 여러 구조적 문제가 함께 존재하고 있다”며 “고용 부진은 일부 업종의 업황 개선이 늦어지고 있는 것 외에도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같은 구조적 요인에도 기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외 경제가 성장할 때 구조 개편도 속도감 있게 추진돼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경제 주체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어긋날 수 있지만 이 때문에 우리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미룬다면 중장기적으로 훨씬 더 엄중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한국은행 조직의 운영을 놓고는 “인사 등 내부 경영권한을 아래에 위임하고 보고 절차를 대폭 간소화했으며 현재 검토하고 있는 사안들도 전향적 자세로 개편안을 마련하겠다”며 “이번에 내부경영을 개편한 궁극적 목적은 조직의 효율성과 생산성 향상”이라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