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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왼쪽)이 지난해 10월 주최한 외환은행 노사간 중재모임에서 김한조 외환은행장(맞은편 오른쪽 첫째), 김종준 하나은행장(오른쪽 둘째), 김창근 하나은행 노조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외환은행 무기계약직 직원들인 ‘로즈텔러’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조기통합 협상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 경영진과 외환은행 노조는 통합 본협상을 준비할 대화기구 발족을 합의했으나 로즈텔러 2200여 명의 정규직 전환 문제에서 의견이 엇갈렸다.
외환은행 노조는 로즈텔러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기존 정규직과 동등한 급여와 자동 승진체계를 적용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하나금융은 노조의 요청을 들어주면 매년 600억 원 규모의 인건비 부담이 발생하기 때문에 급여와 자동승진을 보장할 수 없다고 맞섰다.
◆ 외환은행 전체 27% 차지하는 로즈텔러의 처우
외환은행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전체 직원 7440명 가운데 2293명이 본점과 영업점의 계약직으로 일한다. 이들 가운데 2016명이 여성 직원이다.
외환은행은 계약직 비중이 전체의 약 27%에 이를 정도로 높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이 전체 직원 가운데 계약직이 각각 4.8%와 4.5%에 불과한 것과 비교된다. 통합 대상인 하나은행도 계약직 비중이 21.3%로 외환은행보다 낮은 편이다.
로즈텔러는 정년이 보장되나 연봉과 승진 면에서 정규직과 차별을 받는다. 외환은행은 군미필 대졸 정규직 신입직원에게 6급을 부여하면서 초임 연봉으로 4430만 원을 지급한다. 로즈텔러는 전체 평균 연봉이 4050만 원으로 신입 직원보다도 적다.
로즈텔러는 기본직급인 ‘로즈텔러C’에서 ‘로즈텔러B’로 승진하려면 5개 이상의 금융자격증이 필요하다. 그러나 외환은행 정규직 직원은 입사 뒤 1년이 지나면 6급에서 5급으로 자동 승진하며 대리나 계장 등 직책도 주어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환은행은 계약직 직원이 다른 은행보다 많은 만큼 단순한 입출금 창구 업무 외에도 상당량의 업무를 정규직과 비슷하게 맡는다”며 “같은 연차인데 정규직보다 연봉을 30% 이상 덜 받고 승진 불이익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 전환 논의 2년, 정규직은 언제쯤
외환은행 노사는 2013년 말 로즈텔러 전원을 2014년 1월1일부터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합의했다. 당시 다른 은행들이 무기계약직을 잇따라 정규직으로 바꾼 데 따른 변화다.
외환은행은 당시 로즈텔러를 기존 정규직 6급으로 편입한다는 방침을 세워 환영을 받았다.
신한은행은 2013년 초 입출금 창구를 전담하는 계약직 텔러 830여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우리은행도 그해 4월 계약직 440여 명을 정규직으로 바꿨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월부터 계약직 4200여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이들 은행은 대부분 계약직 직원을 기존 정규직과 다른 새 직군이나 직급에 편입했다. 기존 정규직이 호봉제를 적용받는 반면 비정규직 출신은 평가에 따라 연봉을 받는다.
우리은행은 별도의 자격시험을 치러 기존 직군으로 옮길 기회를 줬으나 급여체계는 여전히 다르다.
그러나 외환은행은 지난해 로즈텔러의 정규직 전환을 미룬 뒤 현재까지 시행하지 않고 있다.
외환은행은 노조가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 통합에 찬성하는 대신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노조가 카드회사 통합 반대로 입장을 바꾸면서 합의가 깨졌다는 것이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회사 측의 말은 사실무근이며 노조는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 통합에 찬성하는 조건으로 정규직 전환을 약속받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외환은행의 한 무기계약직 직원은 “로즈텔러의 정규직 전환 안건이 한때 수면으로 올라왔으나 통합협상의 쟁점이 되면서 앞날을 알 수 없게 됐다”며 “하나은행과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도 무기계약직 직원을 올해 정규직으로 바꾸는 만큼 함께 정규직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