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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5년 범금융기관 신년인사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시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인하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한국은행은 1월 기준금리를 연 2.0%로 동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 총재는 올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출구전략을 시행하는 데 맞춰 기준금리를 올리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금리인하 압력이 강해지면서 이런 결정을 내리기 힘들어졌다.
◆ 박근혜 금리인하 발언, 금통위에 영향 줄까
한국은행은 오는 15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1월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현재 기준금리는 연 2.0%로 3개월째 같은 수준이다. 이달에도 금리를 동결한다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박근혜 대통령이 기준금리 인하를 언급하면서 금리를 내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에 대한 질문을 받자 “금리인하의 시기를 놓치지 않고 적기에 대응하도록 하겠다”고 대답했다.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박 대통령이 한국은행에 1월 기준금리 인하를 주문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기자회견 뒤 정부에 관련된 채권인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역대 최저치인 2.006%까지 떨어졌다.
박 대통령은 “금리인하 관련 발언은 거시정책기관들이 협의해 적절하고 합리적 대응이 나오도록 하겠다는 뜻이었다”며 “기준금리 결정은 청와대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장병화 한국은행 부총재도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과정을 거쳐 결정한다”며 “박 대통령은 금리정책을 적절한 시기에 잘 운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원론을 말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밝혔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한국은행이 이달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봤다. 금융투자협회가 최근 실시한 채권업계 관계자 설문조사에서 답변자 중 96.4%가 1월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박 대통령의 말에 따라 1월에도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박 대통령의 발언이 정부의 태도변화를 반영했다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전망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은행에 밀려드는 금리인하 압박
이 총재는 신년사에서 “지난해 통화정책 기조의 적정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며 “통화정책을 물가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만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는데 이 판단을 경제주체들에게 제대로 이해시키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이 총재가 디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총재는 지난해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했으나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며 통화정책을 통한 물가조절에 회의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한동안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출구전략 시행에 맞춰 차차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기준금리를 현재 사실상 제로금리에서 올리는 방안을 올해 4월 이후 논의한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금리인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압력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달 잇따라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신동준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박 대통령이 금리인하를 시사하지 않았다 해도 관련 논의가 나오는 것은 시간 문제”라며 “한국은행도 물가안정목표를 기존 2.4%에서 1%대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는 만큼 올해 기준금리가 더 내려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